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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가슴이 시키면 지는 싸움이라도 해라...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내 삶의 목표에서 반드시 결정해야 하는 큰 것 몇 가지, 내 삶의 가치에서 중요한 한두 가지, 그리고 뜻하지 않게 마주치게 되는 고비에서 망설이게 되는 것들 정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전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들은 많지만 롤 모델이 되는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특히 한길을 걸으며 글쓰기의 전범으로, 꿋꿋한 모습으로 오래 기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인생의 고비에서 망설이게 되는 것들’(페이퍼로드)의 저자 이영만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그런 면에서 회자되는 경우다. ‘인생의 고비에서~’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간단치 않은 물음에 그가 자신의 길을 걸어내며 얻은 고갱이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인생을 선택이라는 관점으로 꿰뚫어보며, 다양한 인물들의 행로를 통해 선택의 지표들을 제시한다.

스티브 잡스를 이을 인물로 꼽히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의 올인 베팅, 피 토하듯 폭포수처럼 노래를 쏟아내는 소리꾼 장사익의 늦깎이 선택, 노무현과 이인제의 엇갈린 행보, 찬반을 낳는 김인식 감독의 베스트 라인업 등 인생 시험의 선택지에서 어느 것을 골라잡는 게 최선인지 살펴나간다.

결정적 순간의 선택이 값진 열매를 맺는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반도체 1등국의 터를 닦은 진대제의 광인적 선택, 몸을 낮춰 조연의 역사를 새로 쓴 안성기의 주제파악은 선택의 진폭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선택이 극적인 것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분기점이기도 하기 때문. 80년대 휘몰아치는 돌주먹으로 단박에 세계 타이틀을 따낸 복서 김태식의 사례는 단적인 예다. 스트리트 파이터 형의 특유의 스타일을 주변의 권고에 따라 교과서적으로 교정하면서 그는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김재규의 선택의 시간 7분은 더 드라마틱하다. 유신체제의 심장에 총을 겨눈 거사를 끝낸 김재규와 정승화를 실은 차가 삼일고가도로의 갈림길에서 육본을 택한 건 호랑이 굴로 뛰어든 격이었다. 신중해야 할 결정적 순간의 선택에서 막연하게 길을 골라 잡은 결과다.

‘가슴이 시키면 지는 싸움이라도 해라’ ‘뱀처럼 지혜롭게 선택하라’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가라’ 등 선택의 원론을 지나 저자는 본격적인 실행전략으로 나아간다. 후회 없는 선택을 낳는 7가지 태도, 선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실행전략 등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깊이 새겨둘 만한 삶의 통찰도 만날 수 있다. “운동이든, 공부든, 사업이든 인생은 노력한 만큼의 과실만 얻을 수 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대차대조표를 맞춰보면 생각 이상으로 정직함을 알 수 있다.” “좋은 자리라도 자기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붙잡지 말아야 한다.”

류현진을 놓친 롯데 자이언트 얘기, 1984년 부산에서 열린 삼성 대 롯데 야구, 마속을 벌한 제갈공명의 읍참마속 등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를 아우르며 담아낸 얘기 보따리가 묵직하다.

“인생은 고해인가 싶지만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라고, 살면 다 살아지고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저자의 삶에의 긍정적 시선에 닿으면 멘토를 만난 듯 든든함까지 생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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