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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그림과 그림자’외 다이제스트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베서니 맥린,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 외 옮김/자음과모음)=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월스트리트의 눈부신 성장과 몰락 과정을 팩션형식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여기에 있도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일명 ‘악마’로 불리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개성 넘치는 행보와 증언을 극적으로 구성해 낸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불린 주택소유의 신화가 불러온 허황된 꿈과 욕망, 주식투자의 아슬아슬한 심리게임, 무분별한 파생상품의 결합과 거래에 따른 위험, 수학적인 통계 시장분석의 치명적 오류 등을 통해 시스템과 윤리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 反월스트리트 시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림과 그림자(김혜리 지음/아트북스)=“내 안에 고인 물을 조용히 흔들었던, 때로 신경을 마비시키거나 불붙였던 그림들을 마음 속 화랑의 허랑한 빈 벽에 하나씩 걸었다” 세심한 결이 느껴지는 글쓰기로 사물과 사람의 깊은 곳까지 그려내는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에 관한 에세이. 에두아르 뷔야르의 ‘퍼플릭 가든-대화’, ‘유모들’,조르조 모란디의 ‘정물’, 다니엘 아르샴의 ‘시트’ 등 40점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그림을 읽어내는 방식은 영화읽기처럼 피사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영화감독이 소품 하나도 그냥 고르고 배치하지 않듯, 화가의 붓질 하나에서도 의미를 건져올리는 집요함과 그에 따른 풍성한 얘기가 읽는 맛, 보는 맛을 준다.

▶난설헌(최문희 지음/다산북스)=‘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제정한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일제말기 오랜 양반가를 홀로 일으킨 한 여인의 곡절 많은 삶과 그 주변인물들이 겪는 고단한 생활사, 인간 주변의 사물과 관습, 사물의 질서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간심리를 한땀 한땀 바느질하듯 되살려냈다. 소설은 허난설헌을 단지 빼어난 재능을 지닌 시인으로 가둬 두지 않는다. 뛰어난 시편들 뒤로 드리워진 삶의 질곡을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남근중심적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위대한 문학의 발생과정도 심도깊게 그려냈다.

▶그림자시장(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랜덤하우스)=‘지금 위기의 세계 경제상황은 과도기적 구조의 변화다.’ 국제경제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국과 유럽 중심이던 세계 경제 주도세력이 교체돼 가는 중심에 그림자시장이 있다고 본다. 민감한 국제경제, 정치적 사건을 직접 조사, 방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그림자시장의 실체를 제기한 그는 은밀하게 규제를 받지 않는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기관들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그림자시장으로 지목한다. 거기엔 경제대국의 대열에 합류한 중국과 중동의 산유국, 싱가포르,노르웨이 같은 슈퍼리치 들이 포함된다. 이들이 자본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한다는 데 저자는경종을 울린다.

▶한국여성의 심리구조(문은희 지음/도서출판 니)=‘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로 잘 알려진 저자가 이번엔 한국 여성의 독특한 심리구조를 해부했다. 저자는 개인을 행동단위로 삼는 서구의 심리학으로는 오늘날 한국여성들이 경험하는 갈등의 성격을 올바로 진단하기도 치료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즉 한국여성은 겉보기에는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같아도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을 자신과 분리하지 않은 채 자신 안에 ‘포함’하여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의 이론인 ‘포함단위’라는 심리구조를 통해 문제에 접근할 것을 제안하며 여성운동, 주부윤리, 문화정체감, 폭력성, 도덕성, 종교생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현상이 보여주는 특수성까지 이를 통해 명쾌하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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