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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영어 조선을 깨우다’ 외 다이제스트
▶영어 조선을 깨우다(김영철 지음/일리)=영어를 축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근대사를 그려냈다. 한반도에 영어는 언제 들어왔고,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수용태도의 차이는 무엇인지. 고종은 왜 영어 사용국 미국을 ‘짝사랑’했는지, 찹쌀떡 장수에서 외부 대신에 오른 이하영 등 영어를 둘러싼 솔깃한 얘기들이 넘친다. 친미파 이완용의 배신으로 비롯된 한일합방 이후 영어에 대한 핍박, 해방 이후 영어하는 친일파들의 부활 등 역사적 아이러니들은 씁쓸하다. 십년을 배워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받지 못하는 ‘벙어리 영어’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영어가 어떻게 우리 사회의 계층 구분 수단이 되고 말았는지 영어교육의 미래방향도 귀기울일 만하다

▶경제, 디테일하게 사유하기(쿼가이 지음, 최지희 옮김/에쎄)=중국에서 지난 4년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쿼가이의 경제학 노트’의 정수를 모은 것. 쿼가이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경제 분석과 전망으로 일일 방문자수가 수십만명을 넘어서며 중국 대중경제학의 문을 열었다. 다이어트 같은 일상적인 일부터 집값, 인플레이션, 취업, 주식시장 같은 경제현상, 가격, 수요와 공급, 효율, 균형 같은 전형적인 경제개념까지 아우르며 경제에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특히 해결책보다 현상을 바라보는 사유방식과 생각의 힘, 이성적 사고에 대한 강조와 글쓰기가 매력적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토마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부키)=미국인 변호사가 쓴 유럽복지사회 체험기. ‘나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저자는 독일 모델과 미국 모델을 각 중산층 여성 바버라와 이사벨을 내세워 비교한다. 경제위기로 빚더미에 앉아있는 미국과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 독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오래 일할수록 부채의 늪에 더 깊게 빠지는 미국, 연간 6주의 휴가를 누리면서 빚지지 않는 독일의 차이는 무엇인지 흥미롭게 전개해나간다. 복지논쟁보다 미국의 현 위기를 어떻게 건질 것인가에 더 깊은 그의 고민에 눈길이 간다. 



▶아빠와 함께 수학을(강석진 지음/문학동네)=서울대 수학교수인 아버지가 쓴 재미있는 자녀수학교육 경험담. 수학을 잘하는 방법이나 수학교재를 고르는 방법 같은 내용도 들어있지만 아버지 말을 순순히 듣지 않는 아들과의 충돌과 시행착오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축구에 미치고 수학에 죽고 사는 극성 아빠와 힙합과 자우림, 게임에 넋을 놓는 아들의 이인삼각경기는 내 얘기로 들리는 까닭이다. 제 자식을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만 있는 게 아니다. 수학자의 남다른 수학교육법은 교실 현장과 다르다. 수학은 체득해야 한다, 수학책 고르는 법 등 수학비결은 팁이다.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수상작 윤성희의 ‘부메랑’을 비롯해 수상작가가 직접 고른 자선작 ‘고독의 의무’ ‘하다 만 말’ ‘구멍’ 등이 실려 있다. ‘부메랑’은 주인공의 자서전 쓰기를 따라가며 실제와 다르게 굴절되는 삶의 조각들, 기억의 재편집 속에서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과 지나온 삶에 대한 비애를 절묘하게 교차시킨 작품. 세편의 자선작은 윤성희 소설이 지니는 소설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등단 이후 꾸준히 구축해온 소설의 깊이와 폭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여기에 최종 후보에 오른 8편의 작품, 권여선의 ‘은반지’, 김이설의 ‘부고’ 등 우리 소설의 다양한 성과를 맛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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