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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용선이 그린 지리산..붉은산맥 아래 핀 분홍 진달래
서용선(60) 작가가 지리산을 그렸다. 영월로 유배를 떠난 단종, 서울과 뉴욕에서 만난 도시인 등 인물 연작을 주로 그려온 작가가 ‘한국 산(山)의 상징’인 지리산을 화폭에 담았다.

서울 팔판동의 리씨갤러리(대표 이영희)는 지난 2009년의 ‘산수(山·水)’전, 2010년의 ‘서용선의 풍경화’전에 이어 ‘지리산’전을 오는 27일 개막한다. 전시에는 한국 산하와 자연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이를 독자적 회화세계로 담아낸 그림들이 다채롭게 내걸린다.

서용선은 인물화나 역사화에 비해 풍경작업은 뒤늦게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풍경작업을 안한 것은 아니나, 근작들은 대상의 세부에 중점을 두었던 이전 작품과 현저히 다르다. 거칠고 강한 지리산과, 지천으로 꽃이 피고 새가 우짖는 아름다운 지리산의 양면성이 하나의 화폭에, 때로는 따로따로 어우러지며 작가의 눈에 비친 객관적인 자연풍광뿐 아니라 그 본연의 에너지까지 담아낸 것. 빈틈없는 구성과 강렬한 색채, 특유의 조형언어로 빚어진 그림들은 관람자의 발길을 붙든다.

지리산 오도재를 그린 작품은 특히 그렇다. ‘서용선다운 풍경화’라 할 수 있다. 남성적으로 쭉쭉 뻗은 지리산 산맥의 붉은 등줄기를 사람의 동맥처럼 펄펄 꿈틀대듯 표현해 장관을 이룬다. 녹색의 나무숲을 뚫고 푸른 하늘로 뻗어올라가는 붉은 흙, 즉 적토의 줄기는 지리산의 웅혼함을 잘 보여준다. 보는 이의 가슴까지 뻥 뚫리듯 시원스런 작품이다.

반면에 지리산 금대암을 그린 작품은 단풍이 막 드리워져 산의 강한 산세가 부드럽게 잣아들었다. 천왕봉 중산리를 그린 ‘중산리에서Ⅱ’는 산을 휘감아 도는 바람을 타고 진달래 숲이 사랑스런 분홍빛 파도를 만들어 내고 있어 “서용선 그림도 이토록 서정적일 수 있구나”하고 찬탄하게 한다.


작가는 서양의 ‘landscape’이 일본 학자들에 의해 ‘풍경화’라는 용어로 대치돼 오늘 이 땅에서까지 사용되는 것에 의구심을 표해 왔다. 그리곤 동양의 산수를 끈질기게 탐구하며, 일본의 풍경화및 서양의 landscape와는 또다른, ‘우리만의 현대적 산수화’를 그리려 했다. 이번 지리산 작업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그의 작품들은 전통 산수화, 혹은 서구로부터 수용된 풍경화 양식에 고착되지 않고 인간 삶을 둘러싸는 자연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독자적인 표현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수년 전 지리산 산장지기의 은퇴를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지리산 작업을 결심했다. 산장지기의 인생과 겨울 지리산의 모습이 작가를 매혹시켰던 것. 그리곤 ‘지리산 청계호’ ‘응석봉’ ’반야봉’ 등을 그리며 지금껏 작가가 몰입해왔던 인간 삶의 영역과 짝을 이루는 ‘자연’을 생생하면서도 독특하게 풀어내기에 이르렀다.


미술평론가 이인범 씨(상명대 교수)는 “서용선의 ‘지리산’은 자연에 대한 단순한 시각적 체험 너머 집단문화적 기억, 자연과 인간의 삶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며 어우러지는 그 곳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서용선은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정년을 남겨놓고 교수직을 던져버린 그는 최근 3년간 독일, 호주, 홍콩, 일본, 미국 등지에서 10여회가 넘는 개인전을 여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전시는11월18일까지. 02)3210-0467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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