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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가 박병춘 "섬, 말없는 그 모습이 좋아"
이 작가는 스케치를 보는 게 참 흥미롭다.
한지에 몇날 며칠, 또는 몇달을 걸려 완성한 본격적인 그림도 좋지만, 작은 화첩이나 노트에 쓰윽쓰윽 속도감있게 그려낸 스케치에선 작가의 숨겨진 재능과 작품에의 열정, 일기 쓰듯 드러낸 내밀한 속내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땅 곳곳을 누비며 스케치한 그림을 바탕으로 대작을 완성하는 화가 박병춘(45,덕성여대 교수)이 이번에는 섬 그림을 모아 전시를 열고 있다. 박병춘은 ‘섬’이란 타이틀로 파주 헤이리 갤러리이레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전시에는 작가가 5-6년 전부터 최근까지 남해안 일대 섬을 찾아다니며 작업한 400여점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대작 17점이 나왔다.

박병춘은 ’현장 사생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와 숲, 풀과 산의 섭리를 이해하기 위해 어디에서든 연필 스케치와 모필 사생을 하곤 한다. 현장에서 직접 먹으로 작품을 완성할 때도 있다. 그가 이번에는 섬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이를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섬에서 주워온 돌을 명상적으로 표현한 드로잉 연작도 내놓아 주목된다.



출품작 중 가장 대작인 ‘창밖의 풍경-산방산’은 제주의 명물 산방산을 곶자왈(제주도 방언으로 ’원시림’을 가리킴)이 펼쳐진 언덕에서 내려다보고 추상적인 필치로 완성한 그림이다. 작가는 작품을 설치한 후 천정에 비행기를 매달아 마치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맑은 바람이 부는 아침 제주의 섬 풍경을 표현한 신작은 이전 작품에 비해 더 힘차고, 장관을 이뤄 보는 이의 가슴도 시원해진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부감법의 시점으로 섬 풍경을 드넓게 그린 ‘욕지도를 날다’ 와 ‘다도해를 날다’ 등은 박병춘 만의 독특한 조형방식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특히 저 멀리 끝없이 이어지는 섬들을 그린 작품 ’다도해를 날다’는 실경과 추상이 결합된 새로운 ‘바다진경’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작가는 바다와 섬을 오가며 주워온 돌을 통해 섬을 표현한 ‘돌섬’ 연작 도 출품했다. 돌을 섬의 형상으로 인식한 시도가 흥미롭다. 먹으로 섬을 박진감있게 그려낸 이들 드로잉은 작가가 섬을 그리는 동안 정신적으로 인식된 섬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간의 끈질긴 작업을 통해 축적되고 진일보한 작가의 필력과 내공이 드러나 감상자의 발길을 붙든다..


작가는 왜 ’섬’을 그리느냐는 질문에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여행지의 풍경과 사물이 나 자신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바다 위로 떠있는 섬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섬이 외롭게 작업하는 나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 정서를 표현해봤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1일까지. 031)941-4115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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