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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아트> “예술·테크놀로지 결합…K아트 뜨거운 탐구력 놀랍다”
佛 저명기업인들 주축 컬렉터그룹 ‘APA’ 내한
록시땅 CEO·AXA 지국장 등

19인 컬렉터 한국미술 투어


“그리스신화 차용 손정희 조각

남다른 감수성·표현력 지녀

오용석 비디오작품 인상적”



“K팝뿐 아니라 K아트도 멋지네요. 놀라워요!” “한국 젊은 작가들, 예술에 테크놀로지를 정말 절묘하게 구현하는군요. 그 끈질긴 탐구력 인상적입니다.”

프랑스의 유력 컬렉터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그리곤 한국 현대미술에 찬사를 쏟아냈다. 프랑스에도 현대미술가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도 이들은 굳이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왔다. 숨막히게 바쁜 일정을 쪼개서 말이다.

프랑스의 명문 경영대학원인 HEC(프랑스 국립고등상업학교) 출신의 40~50대 기업인이 주축이 된 ‘현대미술의 발견과 컬렉션클럽 APA’(Association pour la Promotion des Arts) 회원 19명은 지난 10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내한했다. 파리에 소재한 이 동호회는 5년째 세계 각지를 돌며 미술여행을 하고 있다. 베니스, 모스크바, 이스탄불, 베닌(아프리카)에 이어 올해엔 서울을 택한 것. APA 회원 중에는 남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화장품브랜드 록시땅 CEO를 비롯해 보험그룹 AXA, 유통회사 CASINO, Primeum, 경매회사 드루오 임원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고위직이 즐비하다. 그 중 19명의 컬렉터들은 아트컬렉션 컨설팅기업 ‘아르아페르’와 한국의 전시기획자 김애령(김애령arts 대표) 씨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따라 내한, 사흘간 20여명의 한국작가를 만나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했다.

이들은 “유로존의 위기가 날로 심화되는 시점이어서 뜨거운 에너지로 결집된 한국의 역동성을 세례받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19명의 컬렉터 그룹의 일정은 대단히 촘촘했다. 오전 8시부터 밤11시까지 서울 창동, 경기 고양의 창작스튜디오 방문 등을 이어간 것. 또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백남준아트센터도 방문했다. 그리곤 매일 밤 순례한 작가들의 작업에 대해 환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내한한 프랑스 기업인들. 컬렉터이기도 한 이들은 한국 미술의 참신함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들의 관심사는 젊은 작가, 사진, 미디어아트로 압축된다. 장식적이거나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을 선호하는 한국 컬렉터와는 사뭇 다른 관점이다.

사흘간의 방문에서 이들은 한국 미술에 대해 “첨단 디지털 국가다운 작업이 많았다. 그런데 작가들은 단순히 예술에 과학을 접목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발상으로 이를 끈질기게 탐구하고 있었다. 그 점이 놀라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업 및 개인 차원에서 열렬한 컬렉터들이고, 기업인들인 만큼 컬렉션에 있어서도 미래지향성을 보인 것이 특징이었다. 푸른 눈의 컬렉터 그룹을 이끈 김애령 디텍터는 “이미 한국 경제와 사회,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상당히 예습을 한 상황이었다. 남들이 하는 얘기보다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남다른 발견을 하는 데 열심인 점이 지명도에 집착하는 우리 컬렉터와 다른 점이었다”고 밝혔다.

가엘 트리옹프 올리비에 AXA 아시아지국 사장은 “평소 한국의 테크놀로지 지향을 놀랍게 바라봤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일상화하는 데 적극인 성향이 젊은 작가 작품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컨설턴트인 제롬 트리옹프 올리비에는 “회화이든 영상이든 조각이든 테크닉의 치밀한 추구가 놀라웠다. 권부문의 사진, 김두진의 3D 프린트의 경우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내한 인사들은 한국에서의 체류 마지막 날 ‘내가 본 최고 작가’를 꼽는 토론의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오용석, 박준범의 비디오를 위시해 권부문, 이명호, 임상빈의 사진과 박승훈, 김준, 김두진의 디지털 작업이 언급됐다. 이진주의 회화와 손정희 조각이 지닌 남다른 감수성과 표현능력도 높게 평가됐다. 프랑스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이수경, 김준의 작업에 대한 호응도 또한 높았다.

유통기업 Primeum의 크리스토프 라쎄르 이사는 “작업의 내용이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을 다룬 것인데도 감동을 일으키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 이유를 오래 곱씹어보고 싶다”고 했다. 컨설팅업체 OC&C의 장 다니엘 픽 이사는 “손정희 작업의 경우 그리스 신화를 차용한 작업은 프랑스에서 수없이 대했으나 그의 작업은 그걸 전혀 새롭게 해석해 놀라웠다. 남다른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이번 투어에서는 1000만원 미만 작품들에 대한 현장 구매가 이뤄졌고, 비디오 작품의 공동구입, 회사 차원에서 공공주문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고가 작품에 대해선 절차를 밟아 구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미술에 대해 한마디로 압축해달라고 하자 이들은 “신선하다, 다이나믹하다, 예술과 기술의 접목이 참신하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또 “이번이 첫걸음인 만큼 앞으로 자주 내한해 놀라운 예술세계를 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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