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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베르베르의 ‘웃음’외 다이제스트
▶송건호 평전(김삼웅 지음/책보세)= ‘언론인의 사표’로 불리는 청암 송건호의 전기이자 평전. 한국현대언론사이자 한국현대정치사로 봐도 무방하다. 저자는 청암에 관한 모든 자료를 섭렵, 그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는 물론, 그가 남긴 글과 저서를 모두 그 핵심을 짚어 논평했다. 저자는 학자들이 기피한 현대사 연구에 몰두했던 청암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지성인의 책무를 강조하고 실천한 그를 조명한다. 신채호와 최남선의 행적을 통해 1970년대 지식인들의 변절에 경종을 울리고 지성인의 역사적 책무를 강조한 청암에 대해 저자는 육당의 길을 마다하고 단재의 길을 간 언론선비라고 평가했다.

▶웃음(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범죄 스릴러, 역사 패러디, 유머집의 속성을 혼합적으로 갖고 있다. 작품의 중심 소재는 유머의 생산과 유통. 그러나 소재 이상이다. 작품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농담을 지향하듯 발랄하고 유쾌하게 달려간다. 이야기는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에서 시작된다.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연예인 1위, ‘국민 개그맨’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분장실은 문이 안으로 잠겨있었고 침입의 흔적조차 없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 폭소를 터트렸다는 것뿐. 작가는 일상에서 우스갯소리가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두 기자의 추적을 통해 밝혀간다.


▶여행자의 철학법(김효경 글ㆍ사진/웅진지식하우스)=홀로 떠나는 여행은 나와의 대화이지만 저자는 나의 자리에 철학자들을 앉힌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외로워졌을 때 프로이트를 앞에 앉혀놓고 울컥 눈물이 났던 아시시 골목에서 여행자로서 느낀 무의식적 욕망에 대해 그와 얘기를 나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함 뒤에 감추어진 보이지 않는 시간의 무게를 감지하고 개펄 위에 나무 기둥을 박고 돌을 깔아 만든 도시에 감탄하며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이런 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는지, 사회학자 뒤르켐의 종교적 결속을 상기하기도 한다. 상상의 대화 형식을 띤 다른 여행의 맛을 만날 수 있다.

▶채채의 그림자 정원(이향안 지음/현암사)=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남은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을 왜적의 손에서 지켜내고자 신분을 넘고 나이를 넘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 조선왕조실록을 숨겨 보관한 장소인 용굴은 현재 내장산 국립공원 깊숙이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이지만 중요성에 비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작가는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백성들의 마음,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 따뜻한 정 등 실록을 지켜낼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한다. 책책(冊冊)에서 비롯된 채채의 이름, 깊이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전략 퍼즐(제이 B. 배니 외 지음, 홍지수 옮김/부키)=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펴낸 유일한 소설. 그렇다면 왜 굳이 소설인가. 실제로 전략 개발에 쓰이는 분석도구는 특정기업의 조직 상황과 만날 때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소설 형식은 경영전략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생생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제격이다. 소설은 석유화학전문기업의 신기술 사업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초짜 컨설턴트의 좌충우돌 경영전략 분투기. 경영전략 수립과 각종 변수, 경영이론이 현장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데서 빚어지는 일 등을 실감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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