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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번역가 안정효가 40년만에 다시 번역한 책
퓰리처상 수상작가이자 노벨상 수상작가인 존 스타인벡의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김영사)이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정효 씨 해제와 번역으로 나왔다.

동명영화 ‘분노의 포도’로 잘 알려진 존 스타인벡의 소설들은 비교적 국내에 여러 권 소개됐지만 문명비평서 격인 이 책은 오랜만이다. 1970년대 출간됐다 절판된 뒤 40년 만에 이번에 새롭게 나왔다.

당시 삼조사에서 출판된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역시 안정효 씨가 번역한 것으로, 두 개의 버전이 생긴 셈이다. 스타인벡에 대한 안 씨의 애정은 각별하다. 1990년경엔 스타인벡의 족적을 찾아 캘리포니아의 살리나스 일대를 답사하기도 했다.

특히 안 씨는 스타인벡의 삶과 작품, 궤적을 따라 스타인벡을 새롭게 재조명한 두툼한 해제를 붙여 스타인벡에 대한 이해를 한 차원 끌어올려 준다. 스타인벡을 ‘시골작가’로 평가하며 그의 소설들을 ‘생명소설’로 지칭한다든지, 스타인벡 문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친구, 동지, 백성, 동포라는 뜻의 paisano를 ‘촌놈’으로 번역한 것 등은 새롭다.

안 씨는 해제에서 스타인벡이 드러내고자 한 게 아메리카합중국의 강렬한 힘과 폭발력이 남기는 후유증, 그리고 내면의 병적인 현상이란 점을 강조한다.

“40년 전 처음 이 책을 접했던 당시에는 이것이 미국의 정체를 파악하는 교본처럼 여겨졌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우리의 현재를 미리 각성시키는 거울”처럼 읽힌다고 밝혔다.

스타인벡 생의 마지막에 이루어낸 최고의 역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얘기하는 위대한 아메리카의 허상을 드러낸다.

스타인벡은 미국을 창조한 그의 조상들이 사실은 권력의 폭력으로부터 쫓겨다니던 자들의 무리였다고 고백한다. 그들이 신대륙을 어떻게 겁탈했는지, 위기와 비극을 맞아도 굴복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하는 국민성을 갖게 된 이면의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지 밝혀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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