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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韓流)의 중심에 우리도 있다! ‘사이먼-마티나’ 부부의 ‘K-POP’ 사랑기
‘어디서 봤더라? 아는 사람인가?’

붐비는 지하철 1호선. 분홍빛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등 어딘가 심상찮은 외모의 외국인 커플이 한가득 짐을 들고 서 있다.

분명 낯이 익다고 생각하며 흘깃흘깃 그들을 쳐다보던 중 무릎을 쳤다. “유튜브에서 봤던 그 커플!” 바로 K-POP과 한국 문화에 대한 소개 동영상을 만들어 자신들의 웹사이트(Eatyourkimchi.comㆍ잇유어김치닷컴)에 올리면서 이름이 알려진 캐나다인 부부 ‘사이먼’과 ‘마티나’였다.

“장근석 왕 팬이에요! ‘미남이시네요’는 열 번도 넘게 봤어요. 같은 내용의 일본 만화까지도 봤다니까요!”

사이먼-마티나 부부와 화상전화 인터뷰를 한 날은 공교롭게도 장근석의 도쿄돔 공연이 있던 날. 그녀는 “I’m jealous(부럽다)”를 연발하며 장근석의 열혈 팬이라고 했다. 도쿄돔 공연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부부는 자신들의 ‘K-POP 사랑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놨다. 특히 사이먼은 본인의 ‘Theory(이론)’라면서 K-POP의 다양한 면모를 설명하는 등 한류 열풍의 생생한 증인(?)임을 자처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의 K-POP과 한국 드라마

사이먼과 마티나는 지난 2008년 ‘원어민 영어교사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오! 외국인 선생님!’이라며 학생들이 관심을 갖지만 그 이후에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른 연결고리가 필요했어요. ‘요즘 무슨 음악 좋아하니?’ ‘무슨 드라마 보니?’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학생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결국 우리가 K-POP과 한국 드라마에 ‘중독’돼 버렸어요.(웃음) 한 번 빠져들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게 K-POP의 특징이에요.”

사이먼과 마티나는 다른 외국인 교사에게도 알려주겠다며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 이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시초다. 이들의 웹사이트에는 하루 4만~5만명의 사람이 방문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게 됐다. 지금은 길거리에서도 사이먼-마티나 부부를 단박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인사가 됐다.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韓流), 외국인이 생각하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사이먼은 자신이 만든 ‘이론’이라며 한류전도사로서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노래를 듣지 않는다면 일렉트로니카, 힙합, 헤비메탈 등을 선택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런 음악은 좀 어렵잖아요. K-POP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어요.(사이먼은 K-POP이 ‘secondary source of music’이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후크송 형식은 따라부르기도 쉽잖아요. 대단한 잠재력이죠.”

듣고 있던 마티나도 맞장구를 쳤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K-POP을 즐겨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 샤이니 좋아하는데, 너도 좋아해? 응!’ 이렇게 몇 마디 대화로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이들은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의 다재다능한 면모도 언급했다. “K-POP 아이돌은 매우 독특해요. 노래하면서 춤도 완벽히 추니까요. 심지어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이죠.”



▶YG 스타일, 북미에서도 큰 인기 끌 수 있다고 생각해…

사이먼-마티나 부부는 북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아이돌 가수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의 빅뱅과 2NE1 등을 꼽았다.

“얼마 전 고향(캐나다 토론토)에 갔을 때 토론토대학을 방문했어요. 우리 팬들은 물론, K-POP 팬들을 만날 수 있었죠. ‘소녀시대 좋아해요?’ 물었더니 ‘YES!!’, ‘샤이니 좋아해요?’ 물었더니 ‘YES!!’라고 다들 소리쳤어요. 그런데 ‘빅뱅 좋아해요?’라고 물었을 때 ‘꺄아~악’ 하고 다들 환호성을 질러서 깜짝 놀랐어요. 특히 ‘태양’(빅뱅 멤버)은 이미 유명하다니까요.”

이들은 YG 스타일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며 웹사이트에 올려진 토론토대학 방문 당시의 증거(?) 영상을 꼭 확인하라며 웃음 지었다. 또 소녀시대,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는 “모두 잘생기고, 예쁘지만 옷을 단체로 비슷하게 입는 등 단조로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평했고, 2PM 등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에 대해서는 “YG와 SM, 중간 정도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음악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

“한국 아이돌 가수의 경우에는 이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론 음악보다도요.”

사이먼-마티나 부부는 요즘 한국에 불고 있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 열풍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K-POP의 이면을 지적했다. ‘브리티시 갓 탤런트’나 ‘아메리칸 아이돌’을 예로 들며 한국의 경연 프로그램(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 등)에서는 출연자들에게 다양한 훈련을 시키면서 본인이 가진 ‘재능’ 외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외부적인 개입이 많은 것 같다며 느낀 바를 언급했다. 이어 이들은 아이돌 스타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중요한 점도 꼬집으며 본인들의 확실한 가치관을 전했다. “예쁘고 멋있는 것도 좋지만, 인간성이 더 중요하죠. 인격이 좋아야 닮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 진정한 아이돌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이먼 & 마티나와 일문일답


-카메라 앞에서 표정도 풍부하고 연기를 아주 잘하는데, 연기를 배운 적 있나?

▶우리가 제일 처음 찍은 동영상을 본다면 그런 생각 안 들 텐데….(웃음)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의 결과다.

-만에 하나 2세가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고 한다면 아주 훌륭한 매니저가 될 것 같은데? 제2의 레이디 가가로 키워 볼 생각은?

▶레이디 가가는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엔 개성이 너무 강하다. YG의 노래와 스타일이 좋기 때문에 그렇게 키우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부인, 남편과 결혼하고 싶나? 본인이 각자 열광하는 K-POP 스타가 프러포즈한다면?

▶당연히.(정적과 웃음) 우리는 결혼 전부터 오랜 친구였고, 일할 때에는 각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감독 등 철저히 역할 분담을 하기 때문에 싸우는 법이 없다. 우리처럼 가까운 곳에서 인연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계속 살 건가? 전문블로거로 활동하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나?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지금의 생활을 즐기려고 한다. 앞으로 설령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 해도 그 나라의 문화를 웹사이트를 통해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앞으로의 소망이 있는지?

▶‘K-POP Monday’라고 매주 월요일에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업데이트하는데, 지난 9월부터는 미국 M-net 채널을 통해서도 방송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그 영상을 한 번 찍고 싶다. 팬이니까.

〈황유진 기자@hyjsound〉/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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