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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세상살이…성공 열쇳말은 ‘관계’
행복·성취 결정하는 건

학벌·직장 아닌 사회적 유대

이성보단 감정·직관이 더 중요



성공과 예술, 경제적 풍요와 창조성을 두루 갖춘 보헤미안적 부르주아 ‘보보스’를 만들어낸 데이비드 브룩스가 보보스 부부의 스토리를 마침내 끝냈다. 

미국 신경제의 활황이 낳은 신계층인 보보스는 높은 교육 수준에 높은 연봉, 창의적이며 물질주의에 빠지지 않는 가치중심적인 삶을 지향하는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미국 신자유주의 환상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너진 자리에 보보스들은 어디로 갔을까.

브룩스는 10년 만에 내놓은 저서 ‘소셜 애니멀’(흐름출판)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를 통해 한 인간이 나서 부모와 교감하며 교육을 받고 사랑과 일, 우정, 은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한 생애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며 시대를 관통한다.

그 끝에 은퇴한 보보스의 목소리가 있다. 이들은 자문한다. “행복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브룩스는 그 열쇠가 관계에 있다고 본다.

삶은 그를 낳은 문화와 문화가 만들어낸 관계망 속에서 수많은 그림조각 맞추듯 이어나가며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나간다. 퍼즐을 맞춰나가는 인간의 선택과 행동은 과거엔 합리적으로 이뤄진다고 봤지만 이젠 다르다. “모든 과정과 가능성이 모여서 순위가 정해지고 행동이 계획되는 데카르트식 극장이란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감정과 직관, 유전적 특성, 사회적 규범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내면의식을 형성하고 이들이 거친 세상 속에서 성공의 길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브룩스는 인생의 각 시기별로 주인공 해럴드와 에리카가 자기가 속한 문화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내면을 형성해 나가는지 생생하게 그려나간다.

교양 있는 교육을 받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해럴드와 중국과 멕시코계 소수인종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에리카의 성장과정은 문화적 차이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해럴드는 부모의 칭찬과 대화, 토론 분위기, 강한 애착관계 속에서 자란다. 엄마는 해럴드의 표정, 눈빛만으로도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반응한다. 아이는 그 속에서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소통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힌다. 세상은 적대적인 곳이 아니다. 요구하고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에리카는 다른 채널 속에서 산다. 엄마는 에리카를 사랑하지만 지치고 고단해 곁에 있어줄 시간이 없다. 에리카는 엄마와 지내는 시간보다 밖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다. 자기 통제력도 부족하고 뭔가 안에 불안과 불만이 꿈틀댄다. 자극을 받으면 폭발할 듯하다.

해럴드에게는 쉬운 관계맺기가 애리카에게는 버겁다. 탈출할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것. 일단 긍정적인 문화적 계기가 마련되기만 한다면 생산적인 영향력이 서로를 강화하면서 행복한 선순환의 고리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리카는 우격다짐으로 들어간 아카데미에서 소소한 규율들과 부딪히며 관계가 삐걱인다. 그러던 중 히스패닉계 기업여성의 강연을 듣고 강렬한 야망에 불탄다. 그 순간부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받아들일지 명확해진다. 에리카는 자신의 힘을 키워가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한 인간의 일생을 그려나가는 스토리텔링이지만 거기엔 교육과 창의성, 조직과 혁신, 정치와 리더십 등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이 들어있다. 습관과 문화의 힘, 언어와 문화 충돌, 생각의 문제, 문화를 만드는 능력, 지능과 충동, 사회적 네트워크의 동질성 등 스펙트럼이 넓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선거와 관련된 부분이다. 저자는 선거를 일생의 중요한 모먼트로 보고 있는 듯하다. 브룩스는 정당과 대통령 후보를 바라보는 일반의 의식과 정서의 축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날카롭게 포착한다. 여기에도 이성보다 정서가 앞선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잘 짜인 이야기 구조와 학술적 연구결과들의 든든한 밑받침,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는 ‘면도날 같은’ 언어감각이 한 걸음에 읽게 만든다.

브룩스의 소셜네트워크는 SNS라든지 물리적 연결망의 의미를 넘어선다. 오히려 뇌와 신체, 육체와 정신의 작용과 반작용이 만들어내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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