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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뮤지컬배우 박은태, 동갑내기 세레나데 3막 1장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뮤지컬배우 박은태…서른 더하기 한살, 사랑을 노래하다

교회오빠 카이? 알고보면 톰소여!

들으면 용기나고 위로받는 착한 음악이 좋아


남들이 원하는 박은태 아닌

내가 원하는 박은태로 살고 싶어



새 종이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빳빳한 다이어리 하나 마련해 ‘신년 계획’ 한번쯤 깨알같이 적어보게 되는 이때. “그래, 결심했어!” 외치며 소망하는 바를 하나 둘 적어 내려가다 보면 지난해 남기고 온 아쉬움은 이내 형용하기 어려운 기대감으로 변신한다. 특히 새 다이어리를 누구보다도 알차게 채워갈 이들이라면 새해 떠오르는 붉은 해를 더 벅찬 기대로 맞이하지 않았을까. 임진년, 용의 큰 꿈틀거림마냥 ‘비상(飛上)’이 기대되는 두 남자,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와 뮤지컬 배우 ‘박은태’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어느덧 ‘뜻을 세운다’했던 이립(而立)의 나이에 접어든 서른 하나 동갑내기. 질풍노도의 시기도 지났건만 이들의 ‘성장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 

‘나비’같은 사람.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 탈피를 반복하며 변신을 거듭하는 것부터, 분주히 날갯짓하며 또 다른 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까지 나비를 똑 닮았다. 그는 바리톤 정기열에서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로, 뮤지컬 배우로, 라디오 진행자로 변신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모범생 포스 교회오빠? 알고보면 톰 소여

“제 삶의 모토가 ‘여러 우물을 즐겁게 파자’거든요. 한 우물만 파는 것도 좋지만 결국 어떤 경험이든 다 노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아니까요. 성악가의 길을 걷다가 크로스오버 가수로 제 길의 외연을 넓혀온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올해는 일본 활동도 계획하고 있고요.”

두 눈을 반짝이며 본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해맑다고나 할까. 아니나 다를까 살포시 웃으며 고백한다. “실은 제 별명이 교회오빠예요.”라고. 그런데 알고보니 모범생 포스 넘치는 이 ‘교회오빠’ 마음에는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이 살고 있었다. 100㎏이 넘는 거구에서 날렵한 몸으로 ‘헉’소리 나는 다이어트를 감행한 것부터, 호기심 넘치는 성격까지. 그는 톰 소여를 닮은 교회오빠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돼요. 원래 있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제가 길을 만들면서 걸어나가는 중이니까요.”

▶ ‘홍삼’ 같은 한 해 보내고 ‘비움’을 말하다

“2011년은 ‘홍삼’같은 한 해였어요. 홍삼이 먹을 때는 쓰잖아요. 그런데 몸에는 좋죠. 여러 우물을 파다보니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 만큼 내실을 기했다고 생각해요. 제야음악회에서 신영옥 선생님과 함께 노래하며 한해를 마무리한 것도 참 행복한 기억이고요”

카이는 현재 KBS 1FM 생생클래식의 진행자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는 뮤지컬 배우로, 또 크로스오버 가수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활동을 염두해 요즘에는 일본어 공부에도 열 올리고 있는 중. 그런 그가 새해 목표로는 ‘비움’을 언급했다. “한때는 성악에 심취해서 엠티도 안 가고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던 적도 있는데 그때는 인정받고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만 앞섰던 것 같아요. 결국 성대결절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은 ‘신나게, 즐겁게 음악하자!’였어요.” 그는 ‘인정받아야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스스로 음악을 즐기며 나아가는 것 등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삶을 한 단어로 응축시키면 ‘사랑’일 것

“삶에는 많은 감정이 녹아들어 있죠. 이별, 슬픔, 질투, 미움 등 별 감정이 다 있겠지만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거 같아요. 팬들로부터 받는 박수에도 사랑이 녹아 있고요. 동료애에도 결국 사랑이 깃들어 있죠.” 카이는 삶을 응축시키면 ‘사랑’이라는 한 단어가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I AM KAI’에 수록된 곡들을 보면 그의 이런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 ‘착한 음악’이거든요. 땀 흘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낸 운동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 흘러나올 것만 같은 그런 음악 있잖아요. 주변에서는 찬송가 같다고 하기도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 그래요. 듣고 나서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는 음악 하고 싶으니까요.”

                                                                    


    


○…뮤지컬 배우 ‘박은태’

‘흔들리며 피는 꽃’. 박은태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떠오른 말이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겨낸 바람만큼 견고한 뿌리내림이 더해진 듯 뮤지컬 배우로서 확실한 자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끝났지만…

“저요? 지금 헤매고 있다니까요.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 느낌, 또 시작이구나 싶어요. 하하.”

2011년 한국 뮤지컬 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뮤지컬 배우로서 승승장구 중인 박은태. 그는 지난해 ‘거미여인의 키스’, ‘모차르트’, ‘피맛골 연가’, ‘햄릿’까지 다작을 하며 쉴 새 없이 무대를 누볐다. 또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뮤지컬 ‘엘리자벳’에 루케니 역으로 캐스팅돼 연초부터 맹연습 중이다. 그런 그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단번에 “아, 저 헤매고 있다니까요”라며 쐐기를 박는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은 사람이구나’ 단번에 직감이 온다. 재충전의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한창 일할 때’란다. 대답이 명료하다. 배우로서 질풍노도의 1년을 보냈다는 그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답을 내린 듯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다작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주어졌는데 제가 좀 힘들다고 물러설 때가 아니라는 거죠.”

▶2011년을 돌아보면 한 마디로 ‘스펙터클’,  인간 박은태의 삶 소중해 

“지난 한 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스펙터클’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데, 그래도 시간의 흐름을 실감할 때는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볼 때죠. ‘팍 늙었구나’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그래도 그만큼 뭔가 열심히 하긴 했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요”

박은태는 2011년을 바쁘게 보냈지만 배우로서 자기 중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대에 서는 배우는 필연적으로 어떤 피드백이든 받게 돼 있어요. 그런데 주변 반응에 너무 신경쓰기 시작하면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는 ‘남들이 원하는 박은태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자 하는 인간 박은태의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신인상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여자 친구를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는 무대에 서는 배우가 결혼을 하게 될 경우 티켓 파워 측면에서 우려하는 시선들이 있어요.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소소한 삶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올해는 결혼도 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요.”

▶새 작품할 때마다 ‘전투력 상승’, 한 분야에 성을 이루는 사람 되고파

“매년 초마다 새 작품 들어갈 때 엄청 힘들어요. ‘나는 왜 이럴까’ 싶으니까요. 올해는 ‘햄릿’ 끝나자 마자 ‘엘리자 벳’ 연습에 들어가서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어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고 느끼죠. 간만에 전투력 상승하고 있다니까요.” 하지만 박은태는 정답을 알고 있었다.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기보다 자기 기준을 충족시키며 나아가는 것이 결국 배우로서 성장하는 길이라는 것을. “도올 김용옥의 중용 강의를 보니 ‘구두닦이를 해도 그 분야에 통달하면 그 또한 성을 이룬다’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그런거죠. 뮤지컬 무대에서 일가를 이루고 싶다는 소망이 있거든요. 올 한 해도 뮤지컬 배우로서 그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어요.”

황유진 기자 / hyjgogo@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 moo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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