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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랭 드 보통 '우리가 불안한 까닭'

우리가 마음이 편치 않은 때는 언제일까. 무엇 때문에 불안할까.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겪는 다양한 불안 가운데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불안에 대해 쓴 책이다. 책 속의 한 대목을 옮긴다. 

[책 속의 포스트잇] 나의 실패를 다른 사람들이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며 가혹하게 해석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일에서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의 물질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세상이 실패를 바라보는 냉정한 태도,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지목하는 집요한 경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패배자’라는 말은 졌다는 의미와 더불어 졌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권리도 상실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냉혹한 말이다.

삶을 망친 사람들에 대한 수군거리는 말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만일 수많은 예술 작품의 주인공들-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리어, 오셀로, 엠마 보바리, 안타 카레리나, 헤다 가블러, 테스-도 그들의 운명이 동료나 동창들의 입에 오르내렸다면 그 과정을 잘 헤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신문에서 (다음과 같이) 그들을 건드렸다면 훨씬 더 괴로웠을 것이다.

오셀로 “사랑에 눈이 먼 이민자 원로원 의원의 딸을 죽이다.”
마담 보바리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
오이디푸스왕 “어머니와 동침으로 눈이 멀다”

(중략) 예술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실패가 우리에게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들의 자질 자체와는 관련이 없다. 그들의 창조자나 기록자가 그렇게 보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189~190쪽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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