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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5.8지진]원전 지진에 안전할까?(하)
내진설계에다 쓰나미 등 최악 시나리오까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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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자력발전소 해안방벽.(사진제공=한수원)


[헤럴드 대구경북=은윤수 기자]지난 12일 저녁 경주 지역에서 규모 5.1과 5.8 지진과 이에 따른 여진이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규모 5.8 지진은 기상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국민들의 체감 지진도 가장 커서 과연 한반도가 지진에 안전한지, 원전 등 위험시설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지역에 위치한 월성원전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되었으며 지진 대응하는 시스템은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집중 취재했다.

▲내진설계치 다다르기 전에 안전조치

원전 주요기기가 받는 충격에 따른 지진대응시스템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지진경보 발생, 데이터 분석 후 내진설계의 50%수준에 도달하면 수동정지 후 안전점검, 90% 수준 도달하면 자동정지되도록 설계한 것.

지진계측기에 측정된 값이 지진가속도 0.01g(규모 2~3)가 넘으면 지진자동경보가 울린다. 경보에 따라 원전 현장에서는 지진상황에 대비하고 주요 안전설비와 구조물 등을 점검한다.

내진설계(0.2g)의 50%인 0.1g이상이 되면 원전은 수동정지하게 돼 있다. 내진기준에는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원전을 돌리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일단 수동으로 정지시킨 후 정밀 안전점검을 하는게 원전 지진 매뉴얼이다.

내진설계(0.2g)의 90% 수준이 넘지 않는 0.18g(규모 6.4)가 되면 원전은 자동으로 안전정지 된다.


원전에서의 지진 감지 및 대응 상황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기술원, 산업부, 전력거래소, 소속 지자체 등에 자동통보시스템(ACS), 전화, 팩스 등을 이용해 정보가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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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자력발전소 아동형 발전차.(사진제공=한수원)


▲월성1호기, 고리1호기 스트레스테스트로 건전성 확인

그렇다면 설계기준을 넘는 지진이 발생할 때는 어떻게 되는가가 국민들의 큰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올 수 있는 최대의 지진을 예측한 뒤 여유도를 넣어 내진설계를 했다하더라도 만에 하나 예측불가능한 대형지진이 올 경우 속수무책이라면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 등 오래된 원전을 중심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설계기준 이상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원전 주요기기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지진가속도 0.3g(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도 기기의 건전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해일 및 침수에다 최악 시나리오까지 대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나라 원전에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됐다. 지난 2011년 3월 규모 9.0이라는 지진에다가 10m의 쓰나미가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후쿠시마원전의 비상발전기가 침수되자 핵연료가 녹아내려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과 해일 대비 설비를 대폭 늘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안전시설을 대폭 강화했다. 사고 직후 국내에서는 국내 원자력시설 안전점검이 이뤄졌고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한 후 침수 가능성을 대비한 전력 및 냉각계통을 강화했다.

부지고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리원전에는 해안방벽을 구축했다. 비상발전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등 최종 열제거원이 상실될 때를 대비키 위해 4개 원전 본부에 이동형발전차도 도입했다.

덧붙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짠 후 대비책을 만들었다. 노심이 용융되는 중대사고로 진전되더라도 방사능 누출이 없도록 전원 없이도 격납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를 모든 원전에 설치했다. 또 압력이 높아져 격납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키 위해 격납건물 여과배기계통을 설치하고 있으며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키 위한 원자로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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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원전에 설치된 피동형 수소제거설비.(사진제공=한수원)


▲골든타임 확보 위해 발전운영종합센터 신설

한수원은 본사에 발전운영종합센터를 신설해 사고 시 전 원전에 대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콘트롤 타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원전을 실시간으로 통합 감시하고 원전의 고장징후를 조기 감지해 발전정지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며 방사선 유출이나 테러상황 같은 비상 시에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해 적기에 비상 대응이 가능토록 설계했다.

국내 원전은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내진설계를 하고 지진의 발생부터 중대사고를 완화하는 모든 단계에서 취약한 요소를 찾아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IAEA 검증단은 한국 원전의 지진과 해일 대비에 대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취한 조치가 신속성과 양에 있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yse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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