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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1대8 학폭사건’ 명예훼손 소송전 씁쓸한 이유
가해자·피해자 모두가 상처 받는 학교폭력
처벌 능사 아니지만 반성하는 기회 가져야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형법 307조.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사소송에 휘말렸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유력층에서나 볼 수 있는 명예훼손에 취재기자가 고소된 것이다.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지적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성립하는 범죄다.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 이때문에 기자들은 늘 명예훼손에 노출돼 있다. 형량은 생각보다 쎄다. 허위사실일 경우 5년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지난 6월 헤럴드경제에 몸담게 됐다. 기자로서 인생 2막을 열어가는 각오로 출발했다.

이때 1대8 중2 여학생 학폭사건을 취재하게 됐다. 남녀학생 8명이 중2 여학생을 불러내 폭행한 사건인데 경찰은 이를 쌍방으로 몰아가는 정황이 포착됐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해자측은 재력가 집안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한다. 당시 피해 여학생이 겪었을 공포과 두려움을 상상해본다.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도 이상하게 한기가 전해진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학폭사건은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상처를 받는 게 학폭이다. 양쪽 모두가 억울한 게 있을 것이다. 특히 자식문제라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부모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

헤럴드경제 DB.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때론 싸움도 하고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회를 그리고 인생을 배워가곤 한다. 중요한 점은 자기가 잘못을 했다면 반성하고 이를 인정하는 태도다. 부모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미안하다’ 한마디면 해결될 사안이었다. 하지만 감정다툼에 고소고발전이 일면서 판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결국 검찰은 가해학생측을 재판에 넘겼다.

가해자측은 합의과정에서 피해자 어머니와 해당기사를 쓴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아이싸움이 어른싸움’으로 번진 케이스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반성을 기회를 갖지 못할까” 걱정이다. 이는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응당 부모가 짊어져야 할 짐이자 책임이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가해학생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읽어봤다. 그리고 무고에 대해 알아본다. 형량이 꽤 쎄다. 이미 회사 법무팀과 임원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기억이다. 친구들과 불장난을 하다 파출소에 끌려간 적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본 날. 간은 콩알만해졌다.

“죄 짓고는 못 살겠다” 어린가슴에 또렷이 새겨진 문구가 됐다.

이후 법을 어기고 산적은 거의 없다.

참. 대학때 운전미숙으로 중앙선을 넘어 큰 사고가 나는 바람에 벌금을 낸 적이 딱 한번 있다. 이때도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벌금을 내느라 부모님이 시골에서 키우던 황소를 내다 팔았다. 미안함과 충격으로 “기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때부터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게 됐다.

이제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정의롭고 공정한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꿈이 또하나 생겼다.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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