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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8년 후 미국 추월하는 중국, 우리의 산업경쟁력은

역사적으로 과학기술 강국이 세계패권을 장악했다.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몽골은 새로운 무기가 눈에 띄면 적군이라도 내 편으로 만들어 군사력을 증강시키며 제국을 건설했다. 영국은 선진 항해기술로 식민지를 건설하고 산업혁명으로 대영제국을 공고히 했다. 미국은 유럽에서 박해받던 유태계 난민 과학자들을 흡수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켰다. 첨단 과학기술과 그 핵심 인재는 패권국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과학기술력, 군사력, 경제력’의 삼위일체는 패권국의 전제조건이다. 미국 첨단 과학기술의 근간이 되는 다르파(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국방고등연구계획국)는 1958년 군사기술력 강화를 목적으로 국방부 산하기구로 출범했으나 그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양해 산업화시킴으로써 미국은 첨단 산업을 선도하는 경제강국이 됐다. 인터넷, GPS, 음성 인식기술, 자율주행차, 드론 등 세상을 바꾼 혁신기술들이 이렇게 탄생했다.

미국의 패권에 중국이 도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때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위기 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2030년을 전후로 중국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를 추월할 것으로 연구기관들이 예측하는 가운데 AI, 양자컴퓨터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 나라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추월한다는 8년 후 과연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어떠할까?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 주요 신성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및 리스크 요인 평가’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한국의 신성장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수익성과 혁신성 측면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낮다는 분석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에 집중해 우리 미래 먹거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

과학기술 패권전쟁은 결국 인재전쟁이다. 과거 패권국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종교·국적·인종 등을 차별하지 않는 개방성, 포용성, 유연성 있는 정책으로 인재를 흡수했다. 중국은 천인계획, 만인계획 정책을 비롯한 파격적 대우로 국내외 혁신인재들을 흡수하고 인구대국에서 인재대국으로 거듭나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글로벌 인재전쟁 시대에 한국의 인재 전략은 어떠한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정부 지원비를 받는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의 98%가 성공했다고 한다. 연구지원비가 나오는 프로젝트, 성공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만 골라서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패 위험이 너무 커서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프로젝트만 골라서 지원하는 미국의 다르파와 대조적이다. 다르파의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5~10%에 불과하지만 확실한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셈이다. 과감한 도전의 실패에 박수치기보다 작은 성공에 도취되는 사회, 실패에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사회, 가치중심형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이 주가 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갈지 의문이다.

김만기 숙명여대 중문학부 겸임교수·㈜퓨처잡 대표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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