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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융경색 막기 위한 유동성 지원이라도 옥석은 가려야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50조원+α)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증권금융(3조원+α), 산업은행(2조원+α)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증권담보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형태로 자금이 지원된다. 담보 대상 증권도 국공채, 통안채 이외에 AA 등급 이상 회사채까지 확대됐다.

금융사들도 자구 차원의 지원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중소형 증권사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제2채권안정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부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직접 매입하기보다 공동 갹출 펀드를 통해 리스크도 피하고 자금난도 해결해준다는 취지다.

은행들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시기를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함으로써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인 데 따른 조치다. 시장안정에 기여하게 됨은 물론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의 자금경색 상황은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완주군 보증의 자산담보부증권(ABCP) 등 부도설이 나돌던 만기 채권도 모두 처리됐다.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위기의 발화점인 부동산 PF만 보더라도 대출 잔액은 110조원을 넘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최근 2년간 24%나 늘어나 2800여개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를 고려한 각종 지원으로 한계기업의 퇴출은 오히려 미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가 정점에 오를 내년 초면 기업의 부실 위험도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금융시장의 경색과 위기를 막기 위한 유동성 공급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건 산소호흡기다. 흑자 기업의 일시적인 자금난은 막아주는 게 맞다. 정상화시키는 게 옳은 일이다. 하지만 연명 중인 한계기업은 다르다.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게 오랜 기간이라면 회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로 한계기업의 회생률은 15~36%라는 게 한국은행의 조사결과다. 정상화되는 게 열에 두세 곳에 불과하다.

금융경색을 막기위한 유동성 지원이라도 옥석은 가려져야 한다. 한정된 자원이 한계기업에 흘러가면 그만큼 정상 기업 투입분이 줄어든다. 좀비기업 살리다가 멀쩡한 기업이 부실화된다. 한계기업의 차주는 대개 자본이 취약한 비은행들이다. 자칫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이참에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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