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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시골에 살면 건강하다고?

강원도 산골은 이제 겨울 모드다. 하긴 절기로도 이미 입동(7일)에 들어섰다. 11월 들어 아침 최저 영하 8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길고도 혹독한 강원도 겨울은 이번이 벌써 13번째. 어느덧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과의 관계도 거의 끊어졌다.

그런데 최근 도시의 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왔다. 그는 “암 수술을 받았고 얼마 전 직장도 그만뒀다”면서 “요양 겸 시골생활을 생각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오래전에 시골에 내려간 필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직접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다며 한번 방문하겠다고. 이렇게 은퇴 전후의 도시민 가운데는 요양 겸 시골을 찾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TV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이런저런 ‘자연인 프로’들이 오래도록 인기를 끄는 것도 도시에서 치열한 인생1막의 결과로 몸이 아픈 도시민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 아닐까. 대형병원에서조차 손을 놓은 중증 환자들이 산골에 들어와 자연치유했다는 이야기는 가장 핫한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골에 산다고 해서 누구나 건강한 것은 아니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농촌에서 되레 각종 암과 고혈압·당뇨 등 현대병을 달고 사는 주민이 한 둘이 아니다. 이 때문에 오래전에 귀농·귀촌한 많은 이들은 “70~80대가 되면 오히려 병원이 가까이 있는 도시로 나가 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60세에 강원도 시골에 들어와 15년을 살다가 다시 도시로 귀도했다는 A씨는 이렇게 말한다.

“귀촌할 당시에는 죽을 때까지 시골에서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어요. 직접 살아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집과 정원 관리, 텃밭 가꾸는 게 힘에 부치더군요. 그래서 80살이 되면 다시 도시로 나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아파서 그 시기가 5년 일찍 당겨졌어요. 요즘 100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치매·당뇨가 오고 더구나 부부 중 한쪽이 사별하면 자식이 사는 인근의 도시 아파트나 요양원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젊은 가족이라고 해서 건강한 시골생활이 꼭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몇년 전 경기도 가평으로 귀촌한 40대 가장 B씨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지난 몇년간 아내와 아이 모두 힐링 시골생활을 만끽했습니다. 정말 행복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에게 건강상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골든타임 내 주변 도시의 대형병원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걸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인생2막을 위해 시골로 왔지만 현실에서는 도시 못지않은 무한경쟁 속에 사는 귀농·귀촌인이 적지 않다. 힘든 농사일과 적은 소득, 귀촌창업 후 운영난, 인간관계 갈등 등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과로 탓에 몸이 상하거나 심지어 암에 걸리는 이들도 주변에서 보게 된다. 골든타임을 놓쳐 끝내 사망한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돈은 도시에 있고 시골에는 자연이 있다. 시골이 도시와 다른 점은 힐링과 치유의 자연이 늘 함께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골생활에도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욕심은 내려놓고 무위의 자연에 순응할 때 비로소 자연이 주는 건강이란 선물을 얻을 수 있다. 단지 시골에 산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결코 아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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