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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경의 현장에서] 은마(銀馬)는 제대로 달리고 싶다

항간에 유머 사진으로 도는 짤(이미지)중에 ‘100년 후 강남구 모습’을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강남 전역이 미래 첨단도시의 모습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오로지 은마아파트만이 수십년 묵은 아파트로 남아 있어 쓴웃음을 자아낸다.

다행히도 이 짤은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은마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하면서다.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가 설립된 지 무려 19년 만이며, 도계위에 최초 상정된 지 5년 만이다.

이런 사례는 은마뿐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는 켜켜이 묵은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를 최고 35층, 5만3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으로 조성하는 지구단위 계획을 발표했고 여의도의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시범아파트를 최고 65층 높이로 재건축하는방안을 결정지었다.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지구의 마지막 퍼즐인 한남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도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한강을 바라보는 요지에 21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국토부의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서울·과천·성남·하남·광명을 제외한 전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풀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도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변경했다.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한다. 지난 2년간 부동산 전문가들과 언론이 줄기차게 주문했던 조치들이 마침내 실현되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곳에선 집주인들의 매도 문의 만이 쇄도한다. 은마아파트 76㎡(전용)는 20억원 선이 무너지고도 또 한 번 가격이 빠지며 지난 8일 1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이 위중해 보다 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택 사업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 마저도 위기를 경고한다. 최근 한국주택협회와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이 주최한 주택시장 위기 진단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속도가 시장이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분양시장, 기존 주택시장, 금융시장이 함께 어려워지는 복합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의 규제완화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금리가 뛰기 시작한 초기에 보다 더 과감했으면 어떨까 싶다. 금리가 연 8%를 돌파한 지금 시장에서 ‘투기꾼’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건설업계의 자금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2008년 금융위기와 1997년 IMF 사태에 비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온다. 시장에 공포감이 팽배하다. 공포감은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좀처럼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보다 더 과감해질 용기가 필요한 때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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