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 설립이 본격화됐다. 외국인 관광객과 단기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정도가 전부였던 우리나라에도 더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국적, 인종의 외국인 거주자가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그동안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단어 아래 외국인과 그들의 문화를 받아드리는 데에 소극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 올해 정부가 밝힌 외국인 관광객 유치목표 숫자는 1000만명에 달하고, 또 국내 거주 외국인도 200만명이 넘지만 이들을 진정한 이웃이나 같은 한국 땅에 사는 사람으로 여겼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외국인을 우리와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동료나 이웃으로 받아드리는 것은 이제 인구절벽, 노동인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는 점에 정부도, 국민도 대부분 동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갈등 또한 적지 않다. 대구 이슬람사원 신축을 놓고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주민의 반대시위, 우리보다 가난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하대하는 태도, 피부색에 따라 달라지는 표정 등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공영방송에서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일상을 보여주거나 결혼이민자들의 갈등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수년째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주변에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시행한 경험이 있는 국가가 거의 없는 것도 난관이다. 몇몇 아시아 도시국가에서 이웃 국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드리지만 제한된 직종, 숫자로 엄격히 제한하는 소극적인 모습이 대부분이다. 좋은 선례, 나쁜 선례가 주변에 있다면 따라가는 입장에서 배우고 수정하면 되겠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이번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를 방문하는 데 주목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 장관은 출입국, 이민정책 수립에 참조하기 위해 프랑스 내무·해외영토부 및 이민통합청, 네덜란드 법무안전부 및 이민귀화청, 독일 연방내무부, 연방이민난민청 등을 방문한다. 법무부는 한 장관의 이번 출장에 대해 “오랜 기간 다양한 이민·이주정책의 파도를 겪은 유럽 주요 국가들과 이민·이주·국경관리 관련정보와 정책을 교환하고, 이를 위한 소통창구 마련 등 협력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 네델란드는 1980년대까지 모두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친 나라들이다. 아프리카, 중동에서 넘어온 후손은 이제 당당히 그 나라 일원이 됐다. 최근 월드컵에서 아프리카계 프랑스인들로만 구성된 선발 출전 선수명단을 보며 “프랑스 국대가 아니라 아프리카 국대다”하는 농담이 자연스럽게 오갈 정도로 이미 이민자 후손의 비중이 원 프랑스인인 골루아족의 비중을 넘어섰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 독일조차 최근에는 다시 이민 문을 걸어잠그는 것도 사실이다. 적극적 이민정책이 가져온 문화·사회적 갈등 때문이다. 우리의 이민청 설립과 이민정책 변화도 마찬가지다. 인구절벽 해소라는 목표 뒤에 숨은 다양한 갈등, 부작용까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살펴야 한다.
이민정책은 교육정책보다 더 ‘백년대계’일 수 있다. 단일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삼국통일 이후 1500년 가까이 살아온 우리의 삶을 짧은 시간에 바꾸는 일이 바로 이민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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