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방혁신안이 공개됐다. 국방부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압도하고 미래 전장환경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 인공지능(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모토로 하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한국형 3축 체계에 더해 바둑판무늬와 거미줄 같은 지휘통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을 교란 및 파괴하는 ‘킬웹(Kill Web)’ 개념 도입과 2차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급감 현실을 고려한 군사전략 및 작전개념 수립 구상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발표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국정과제로 제시한 제2창군 수준의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AI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군은 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추진단을 발족하고 수차례 세미나와 포럼, 자체 검토와 심의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까지 거쳤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다름 아닌 이전 정부의 국방개혁안을 사실상 부정하다시피 할 정도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 접근 방식으로는 변화된 국방환경 극복이 어렵다면서 국방 전 분야를 개혁과제로 선정하는 바람에 노력이 분산됐고 단기적 변화를 추진했으며 외형적 개혁에 치중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국방부는 앞서 ‘2022 국방백서’에서도 국방개혁 2.0에 대해 무리하게 부대와 병력, 장군 수를 감축하고 병 휴대전화 허용 등 외형적 개혁에 치우쳤다며, 개혁과제가 근시안적이며 첨단 과학기술 활용이 부족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국방개혁이 됐든, 국방혁신이 됐든 군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당장 북한의 날로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이나 미-중 갈등 심화를 비롯한 국제정세 및 안보환경 변화, 과학기술의 발전, 병역자원 급감 등을 떠올리면 군개혁만큼 절박한 과제도 없다. 더욱이 우리 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두 차례 군사쿠데타라는 ‘원죄’도 지니고 있다. 군이 과거 수차례 국방개혁, 국방혁신에 나선 까닭이다. 군의 변화 시도는 노태우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정부는 1988년 8월 18일 이른바 ‘8·18 계획’이자 현 정부가 사실상 ‘국방혁신 1.0’으로 평가하는 ‘장기 국방태세 발전방향 연구계획’을 추진했다. 이어 김영삼 정부의 ‘21세기 국방연구위원회’, 김대중 정부의 ‘국방기본정책서’, 노무현 정부의 ‘21세기 선진 정예국방을 위한 국방개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육해공군의 이해와 갈등, 군 통수권자의 의지 부족, 야권의 반발 등의 이유로 번번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속성 단절도 국방개혁, 국방혁신이 번번이 성공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아닌 노무현 정부 때를 ‘국방개혁 1.0’으로 인식한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방과 안보는 그렇지 않다. 옛 것을 익힌 뒤 새 것을 추진해야 제대로 된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법이다.
최소한 이전 정부의 국방개혁을 비판하려면 그를 심의 검토했던 군의 자체적인 반성은 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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