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학폭)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있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참석했고 서울대 입학본부장, 민족사관고 교장, 반포고 교장 등 정 변호사 아들이 다닌 학교 관계자들이 줄줄이 불려나왔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반포고 교장은 전학 온 정 변호사 아들이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고, 학폭 가해 전학생을 따로 관리하면 ‘낙인효과’가 된다는 말로 논란을 키웠다. 정 변호사 아들의 서울대 입학이 정시냐 수시냐, 문제의 학폭 기록이 언제 어떻게 삭제됐느냐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학폭 가해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삭제도 허점이 많다는 사실이 학교 운영자들의 입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은 대학 입시와 연결돼 새롭게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1점으로 합격 여부가 갈리는 대입에서 가해 당사자는 버젓이 합격하고 피해자는 지속적인 폭력 피해로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 내몰린 상황에 국민적 분노가 인 것이다.
문제가 된 학폭 조처를 담은 생활기록부는 당시 졸업 뒤 2년간 보존이 원칙이지만 졸업 직전 심의를 거쳐 삭제가 가능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자기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한 반성과 화해를 모색했는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형식적으로 절차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주호 장관이 이날 학폭 조치의 기록 보존기간을 늘리고 대입에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건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학폭 피해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5만4000명이 폭력을 경험했다. 학폭이 늘어나는 데에는 학교와 사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중·고교 전체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더 우려스럽다. 언어폭력 경험률은 2020년 54.0%에서 2022년 73.2%로 늘었다. 신체폭력 경험률도 12.7%에서 25.6%로 급증했다.
피해 유형 가운데 정 변호사 아들의 사례처럼 언어폭력(42%)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주목할 만하다. SNS에서 일상화된 욕설과 비속어 등 잘못된 언어습관이 교실로 이어진 결과다.
학교폭력은 교실 안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청소년의 생활과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예방적 차원의 근본적 학폭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못지않게 공감능력과 정서적 문제, 관계 형성 등을 돕는 가해자 선도도 교육의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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