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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동개혁 급한데 멈춘 경사노위, 대화 불씨 살려야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탈퇴 여부는 집행부에 위임했다. 현 정부의 유일한 노동계 대화파트너가 이탈하면서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노정(勞政) 갈등이 더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나마 한노총이 완전 탈퇴가 아닌 낮은 수위의 ‘전면 중단’으로 여지를 남긴 건 다행이다.

한노총의 보이콧은 얼마간 예상됐다. 지난달 말 망루농성을 벌이던 산하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진압 과정에서 경찰봉에 맞아 다치고 구속된 게 발단이다. 당시 한노총은 과잉 진압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그동안 노조 회계자료 제출과 건설노조 수사 등 강경일색으로 몰아붙인 정부에 대한 반발이 쌓인 게 대화 중단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 한노총은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하는 지침을 추진하자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에 불참한 전력이 있다. 그때도 탈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꽉 막힌 노정관계를 풀어나갈 노사정 대화창구마저 막히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도 당장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근로시간 개편, 임금 개편 등 산적한 노동 현안 논의가 멈춰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출 감소와 저성장이 현실화하면서 경제는 동력을 잃고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산업 현장은 급변하고 있다. AI가 속속 일자리를 대체해 양극화는 더 벌어지게 된다.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고 일자리, 근로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 근로 현장은 수십년 전의 틀 그대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 구조와 이로 인한 고용불안과 임금차별, 근로시간 등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동안 손놓고 있었다. 모두 노동계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일이다. 강경일색으로만 몰아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대화파트너로 인정하고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노총은 경사노위에서 노조만이 아닌 근로자를 대표하는 입장이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한노총 내부에서도 대화의 문을 닫지는 말자는 의견이 있다. 8일 최저임금위원회에도 참석, 사회적 논의에 발을 빼지 않았다. 정부가 손을 내밀어 대화테이블로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정 갈등이 커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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