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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술유출 우려에 탈중국 MS, 남의 일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에서 90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이 중 80% 이상이 엔지니어 또는 연구원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아시아(MSRA)는 중국에서 기술인재를 육성하고 싶어 한 MS가 설립한 연구기관으로, 미·중 기술 협력의 상징이자 중국 빅테크의 ‘스타 육성소’로 유명하다. 알리바바 최고기술책임자 왕젠도 이곳 출신이다. 이런 MS가 인공지능(AI)기술인력을 캐나다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밴쿠버 플랜’이라고 불리며 해당 인력은 최대 40명에 이른다. 중국이 챗GPT와 같은 AI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인력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중 간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MSRA가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 대응이다.

MS의 대응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이 반도체 강국 한국의 기술을 빼내려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 연구원들이 710억원대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과 장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올해 초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주에는 국내 기업의 의료로봇기술 파일 1만여건을 빼돌린 중국 국적 연구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로봇기술을 유출한 중국인은 중국에서 ‘천인계획’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첨단 분야 인재 1000명을 지원한다는 사업이다. 말이 좋아 인재 확보이지, 실은 산업스파이를 양산하는 프로젝트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3개월간 산업기술 유출 등 경제안보 위해범죄 특별 단속을 진행한 결과, 총 35건을 적발하고 77명을 붙잡았다고 11일 밝혔다. 35건 중 27건은 국내 기업 간 기술유출이었고, 8건은 해외로 기밀이 유출된 경우였다. 해외 유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한 특별 단속 때는 4건에 불과했는데 배로 증가한 것이다.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이렇게 해외로 빼냈다가 지난 5년간 국정원에 적발된 사안만 93건, 피해액은 25조원에 이른다.

기업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핵심 기술을 빼돌리는 것은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좀 먹는 중대 범죄다. 현행 법은 기술유출 범죄자를 1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예방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 8년간 기술유출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365명 중 80%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반면 미국은 ‘경제스파이법’에 의거해 징역 33년형까지 구형하고 실형률이 높다. ‘솜방망이’ 비판을 받아온 기술탈취범들을 중범죄로 다스려 다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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