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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美 15개월 만에 금리동결...‘매파적 스킵’ 더 주목할 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3~14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5.00~5.25%로 유지해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75%포인트를 이어갔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 10회에 걸쳐 제로금리를 5%대까지 끌어올리는 고강도 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숨 가쁜 인상 행렬에 마침내 ‘쉼’이 찾아온 것이다.

금리 인상 행렬의 쉼표는 예견돼왔다. 지난 1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 2021년 3월 이래 2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어 14일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1.1% 상승해 인플레 둔화세를 나타냈다. 이에 힘입어 1년 넘게 이어진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가계 빚 부담이 늘고 기업 활동이 둔화하는 등 부작용을 살피고 긴축을 잠시 쉬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준 내에 커졌다.

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번 동결이 일시멈춤이지, 금리 인상의 마침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날 공개된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이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예상치를 종합한 점도표에서 연내 최종금리 중간값은 5.6%(5.5~5.75%)로, 직전 전망치(5.1%)보다 0.5%포인트나 올라갔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5.00~5.25%임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베이비스텝(0.25% 인상)을 두 번 더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금리 동결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건너뛰기(hawkish skip)’로 표현되는 이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위원회에서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나도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 인플레와의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치 높은 곳 어딘가에 착 달라붙어 있는 듯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가 문제인 것이다.

사정은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초반으로 거의 2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근원물가는 4%대에 ‘끈적하게’ 머물고 있다. 그런데 경기는 미국보다 더 험난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내렸다. 반면 연준은 올해 미 성장률을 1.0%로, 지난 전망치(0.4%)보다 0.6%포인트나 올렸다. 한국은 자칫 고물가와 경기침체 이중 덫에 허덕일 수 있다. ‘발등의 불’인 고물가부터 잡는 데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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