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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 칼럼]오픈AI가 뭔가 섬뜩하다, 영화 ‘아이,로봇’처럼
“AI개발 가속화” vs “천천히 개발하자”
첨단기업 오픈AI 내분이 주는 교훈은
AI진화 중요성 인정하지만 뭔가 찜찜

논설실장
올트만 CEO의 해고와 닷새만의 복직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미국의 오픈AI 본사 전경. [EPA]

2016년 3월.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완전무장한 알파고(AlphaGo)를 대동한 한 사나이가 한국에 왔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였다. 어렸을때부터 체스 신동으로 불리던 이였다. 체스를 그만두고 인공지능(AI)에 빠진 그는 결국 초강력 학습능력을 지닌 알파고를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렸다. 무협지로 따지면, 하사비스는 체스를 접고 소림사에 칩거했다. 소림사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AI무술을 연마했고, 동자승 하나를 ‘될성 부른 떡잎’으로 점찍었다. 동자승에 세상 모든 무학을 전수했다. 아들과 같았던 동자승이 하산을 해도 될 정도로 무공이 높아지자, 하사비스의 눈은 중원을 향했다. 소림사에서 무공이 제일 높은들 뭐하랴. 그래서 하사비스가 도전한 것은 중원 평정이었다. 도장깨기에 나섰고, 그 첫번째 대상은 초강자가 즐비하다는 한국이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인간과 기계를 대변하는 ‘세기의 대결’은 이렇게 성사됐다. 이세돌은 자신의 무공에 자긍심이 대단했다. 소림사 터줏대감의 중원깨기 의도를 명확히 알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섭렵한 자기 능력을 믿었다. 알파고는 그에겐 소림사를 갓 뛰쳐나온 ‘우물안 개구리’였고, 내공은 모르겠지만 실전능력이 미흡한 하수였다.

도장깨기 성공한 알파고 쇼크의 교훈

하지만 소림사에서 뭘 배우고 익혔는지 알파고의 무공은 대단했다. 무림 모든 파의 초식을 꿰차고 있었고, 마치 ‘수천년 공력’을 전수받은 듯한 막강한 내공을 자랑했다. 총 다섯합을 겨뤘는데, 판판이 졌고, 겨우 일합만 이겼다. 가까스로 체면은 지켰지만, 완벽한 패배였다. 중원에 갓 발을 들인 신흥고수 알파고는 이렇듯 무림 최고수를 한방에 무릎 꿇린 것이다.

최종 결과 나오기전까지 사람들은 생각했다. 3000년 역사를 지닌 바둑, 고도로 난해한 바둑세계는 인간의 전유물인데, 기계가 그 세상을 감히 넘을 수 있겠느냐고. 퀴즈나 체스 등에선 컴퓨터가 인간을 진작에 이겼다고 하지만, 삼라만상 진리가 담긴 바둑은 절대로 기계가 정복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모두 틀렸다.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가 엄청난 ‘알파고 쇼크’를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바둑도 바둑이지만, 인간의 전유물인 또 다른 영역세상도 시간이 문제일뿐 언젠가 점령 당하겠구나 하는 불안감. 그것은 인간의 설자리를 기계에 완벽히 빼앗길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dystopia) 인식이 깔린 두려움이었다.

2016년 벌어진 인간과 기계의 세기의 대결이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바둑승부 이미지.

인공지능 기반의 혁신적 기술인 챗GPT로 세상을 놀래켰던 오픈AI(미국 인공지능 개발업체). 이곳, 지난주 참으로 떠들석했다. 잠재력 만땅(?)의 AI기술을 앞세워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이곳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쿠데타의 주인공은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였다. 그의 주도로 이사회는 샘 올트먼 CEO를 해고했다. 올트먼을 집으로 보내려는 수츠케버 수석의 계획은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오픈AI 개발자들의 큰 반발에 올트먼은 닷새만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5일 천하’ 쿠데타는 이렇게 불발됐다. 앞서 소림사로 비유했듯이, 소림사 부방장의 쿠데타에 방장이 물러났다가 소림사 10대 제자들의 집단 항거로 방장이 컴백하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쿠데타 배경은 베일이 쌓여 있다. 다만 외신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오픈AI는 최근 인간보다 똑똑한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에 속도를 붙였고, 이를 대표할 주자로 GPT 5.0를 내세웠다. 문제는 개발 속도에 관한 의견차였다. 사업성(비즈니스)을 최고 기치로 건 올트먼 CEO는 AGI의 초스피드 개발을 독려해왔고, 오픈AI 초정렬(Super-Alignment)팀을 이끌던 수츠케버는 “개발은 하되 천천히 하자”고 맞섰다. AI에 철학에 대한 근원적 대립이었다. 수츠케버는 정렬없는 AGI 개발은 핵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고 소유자였다. 정렬은 인류 사회의 가치관과 AI 윤리를 일치시키는 작업으로, 인간이 AI를 통제하려는 시도다. 즉, 사람이 인공지능을 통제권에 둘 수 있는 장치를 최대한 마련한후 개발에 주력해도 늦지 않다는 게 수츠케버의 생각이었다. 반면 기업 이득에 치중한 올트먼의 머리 속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프트뱅크와의 협업이 우선순위였다. ‘정렬없는 AGI는 사람위에 선 AI시대’를 의미할 수 있다며 최대한 혁신기술 개발을 보류하자는 수츠케버, ‘기업은 무엇보다 비즈니스’라는 올트먼의 대립은 이처럼 쿠데타 소동의 근원이 됐다. 흥미롭게도 올트먼 손을 들어준 이는 오픈AI의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들은 혁신 기술을 토양 삼아 연간 80만달러(약10억4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이다. 이들은 올트먼을 해고한 이사회를 압박했고, 이사회는 결국 올트먼의 복귀를 승인했다. 엔니지어들이 없었다면 올트먼의 닷새만의 귀환은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사실 오픈AI 내홍의 상세한 내막은 알길 없다. 뭐가 옳고 그른지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다. 다만 오픈AI의 시끄러웠던 상황을 살펴보니, 영화 ‘아이,로봇(I,Robot)’이 떠오른다. 무려 20년전 개봉된 영화인데, 놀랄만큼 오픈AI의 상황과 닮았다.

두렵다, 인간을 통제하려는 인공지능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때는 2035년. 가사 도우미 로봇, 식당 종업원 로봇 등 로봇없인 못사는 세상이다. 인간은 로봇과 공존 중이며, 로봇 아니면 청소나 육아도 힘든 시대다. 요즘 핸드폰 없이 못사는 것 처럼 말이다. 이 로봇들은 세계적인 제조사 USR에서 만든다. 로봇을 통제하는 슈퍼컴퓨터는 ‘비키(인공지능)’다. 로봇의 가장 큰 원칙이자 사명은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 비키는 진화했고, 그 원칙을 달리 해석했다.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룰은 ‘인간에 해를 끼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마침내 ‘전쟁을 일삼은 인간들은 결국 자멸할 것이니, 오히려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통제해야겠다’라는 해답 도출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비키는 로봇을 앞세워 인간을 통제키로 결심했다. 인간을 지배키로 한 것이다. 비키가 그렇게 하기로 한 이상, 인간은 24시간 통제대상이었다. 이를 눈치챈 USR의 래닝 박사는 자살을 통해 모종의 메시지를 남기고…. 평소 로봇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스푸너(윌스미스 분) 형사가 하나하나 사건 실마리를 캐내고, 결국 비키를 파괴하는 게 영화 줄거리다.

적잖은 세월인 20년전 SF영화가 오늘날 오픈AI의 속사정을 조금은 해부(?)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게 놀랍다. 오픈AI는 영화속 USR를 연상케한다. 인공지능의 위협을 감지한 래닝 박사의 긴장감엔 수츠케버의 막연한 불안감이 녹여져 있는 듯 하다. 너무 억지스럽다고? 그렇지 않다.

지구촌 최고의 혁신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라는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일찌감치 인공지능을 두려운 존재로 표현했다. 오만한 사람들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AI를 제어할 수있다고 믿지만, 나중엔 AI지배를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를 방관하고 손 놓고 있다간 인공지능은 결국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고보니 알파고는 약과다. 지금 소림사엔 어쩌면 새로운 터줏대감이 숨어있고, 알파고보다 더 재질이 뛰어난 동자승 하나 발탁해 천하를 삼킬 무공을 전수하고 있을 법 하다. 그게 GPT 5.0인지, 다른 것인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도의 무공이라면 몰라도, 혹시 음험한 현명신장이나 환음지로 중원을 악으로 물들일 싹수가 있는 초절정 고수라면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마냥 두려워만 하고 있어야 하나, 아니면 뭐라도 준비해야 하나.

AI가 대표하는 미래 혁신기술의 중요성과 그 편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기술이 가져올 유토피아(Utopia)에 필자 역시 기대감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수상한 일은 경계해야 하는 법이다. 뭔가 섬뜩하다. 오픈AI 내분이 남긴 메시지는 이렇듯 행간이 심상치 않다. 아이,로봇을 봤을때 처럼.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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