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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野서도 징벌적 상속세 개편 목소리...전면 손볼 때 됐다

최고 세율이 60%에 달하는 징벌적 상속세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야당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2선의원인 김병욱·황희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상속·증여세 개편 정책 토론회를 열고 “상속세 최대 주주 할증 제도 폐지를 통해 기업가정신이 고양되고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면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김병욱)”, “중소기업은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을 선택하기도 한다(황희)”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은 “이러한 토론회가 민주당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매우 의미있는 자리”라고 했다. 상속세 완화를 ‘부자감세’라는 이념적 틀에 가두지 말고 실용적·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속세를 ‘부의 대물림’ 프레임으로 엮고 논의조차 거부했던 과거 민주당의 경직된 태도에서 벗아난 것만해도 고무적이다.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일 때 5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경영권 승계에 적용되는 20% 할증까지 더하면 실제 최고세율은 60%로 단연 1위다. OECD 평균 26%의 2배를 훌쩍 웃돈다. 26%는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 상속세가 아예 없는 14국을 뺀 수치이고 이를 포함한 OECD 평균 상속세율은 13%에 불과하다. 한국 상속세를 두고 가혹한 징벌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은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을 위협받거나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과 유족들은 2020년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12조원의 상속세를 감당하려 삼성전자 주식매각에 나서면서 경영권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넥슨그룹 창업주 김정주 회장 사망으로 당장의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는 유족이 넥슨 지주회사(NXC) 주식으로 현물납세하자 정부가 NXC의 2대주주가 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한미약품과 한샘, 락앤락 등은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해외 사모펀드에 넘겼다. 이런 마당이라면 피땀 흘려 기업을 일굴 동기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30억원 초과 50% 세율은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23년간 국민소득이 세 배 가량 올랐는데 상속세 체계는 그대로라면 실질적으론 엄청난 증세다. 돈벼락인 복권 당첨금 최고세율이 33%인데 온갖 세금을 낸 후 중복 과세하는 상속세의 세율이 그보다 높아야 할 이유가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했고 여당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죽만 울리지 말고 23년 묵은 상속제 개편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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