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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美 금리인하 청신호...들뜨기보다 차분히 대비할 때

미국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3연속 동결이다. 동결보다 시장이 반긴 건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었다. 물가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기준금리가 거의 최고점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연준은 코로나 기간 제로(0%)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약 1년 반에 걸쳐 5% 수준으로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파월의 발언은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란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주요국 증시와 채권시장이 일제히 상승하는 ‘산타랠리’를 펼쳤다.

연준위원들은 이날 함께 발표한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내년 말 기준금리가 4.6%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월 전망치(5.1%)보다 0.5%포인트 낮춘 것이다. 지금 금리와 비교할 때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릴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3개월 전만해도 시장에 팽배했던 고금리 장기화 공포감이 걷히고 이제는 금리인하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는 극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미 연준의 ‘깜짝 피벗(통화정책 전환)’ 배경에는 물가·고용·성장이라는 3대 경제지표의 호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3.1% 오르는데 그쳤다. 작년 초 정점(9.1%)에 비하면 상승폭이 3분의1로 격감한 것이다. 연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소폭 하향 조정(1.5%→1.4%)하면서도 실업률은 그대로 유지(4.1%)해 경기 연착륙 기대도 높였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사는 분명 우리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 고물가와 경기부양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왔던 한국은행의 딜레마적 상황에 숨통을 터줄 것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 금리는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했다. 미국이 움직인다면 한국은행도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만으로도 이미 하락세다.

다만 성급한 기대감에 들떠 어렵사리 관리해온 긴축 기조와 가계 빚을 덧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미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인데, 먼저 금리를 낮춰서 차이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 주요 34국 가운데 유일하게 GDP 대비 100%를 넘은 가계 빚, 4개월째 3%대에 머물고 있는 물가를 2%대로 안착시키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부채의 골이 더 깊어지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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