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전쟁터의 홍길동’처럼 전지전능한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란은 지난 13일 밤부터 이스라엘을 겨냥해 170여기의 샤헤드 드론을 발진시키는 동시에 120여발의 탄도미사일과 30여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은 다수의 드론으로 이스라엘 방공망을 과부하시킨 뒤 미사일로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초반에는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활약했고, 현재는 1인칭 드론으로 불리는 FPV 드론과 샤헤드 같은 자폭 드론들이 활약한다. 정찰과 감시부터 정밀타격, 심지어 자폭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장벽과 철제펜스로 막고, 감시카메라를 이용한 무인 관측탑 등 과학화 장비로 하마스를 감시하면서 원격사격장치(RCWS)로 봉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하마스는 드론으로 첨단 무인 감시장비와 무인 사격체계를 먼저 파괴한 뒤 동력 행글라이더 등을 이용한 기습테러를 감행했다.
대한민국 ‘K-방산’의 신화를 가능하게 한 폴란드도 드론을 주목하고 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을 통해 드론부대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폴란드군이 정찰, 전투, 지원 등 분야에서 드론을 적극 활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폴란드군은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바이락타르 TB2를 포함한 여러 유형의 UAV를 구입했다. 제너럴아토믹스로부터 MQ-9B 스카이가디언 인수도 협상하고 있다. 폴란드 방산기업 WB그룹도 두 가지 유형의 드론을 군에 납품하는데 정찰, 포병 유도, 수색 및 구조작전에 사용되는 플라이 아이 미니 드론, 정찰과 전투 능력을 겸비한 워메이트 드론이다.
우리 국군의 드론작전 능력은 어느 수준일까. 합동참모본부 예하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창설돼 다양한 드론 운용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지상정보여단은 정찰용 무인기 헤론을 운용하고 있다. 각급 부대 역시 드론 운용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우리 군은 드론부대를 더 확충하고 운용능력을 보다 숙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아에로로즈비드카가 상용 드론을 개조해 실제 전투현장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 군대에서 가장 고생하는 병과는 포병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도발 등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긴급대기해야 하는데다 포병화력은 작전상황에서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K9과 K55 등 첨단 자주포만 2000문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드론이 1000㎞ 이상 날아가 포탄을 휴대하고 직접 타격도 하는 현실이 됐다. 드론은 감시정찰과 상대에 대한 기만은 기본이고 ‘날아다니는 포병’이 됐다. 포탄의 사거리를 늘려야하는 고민도 해결해주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가자지구 전역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했다. 몇 만원에 불과한 값싸고 저렴한 무기체계, 특히 상업용 드론이 수십억에 달하는 미사일이나 첨단 전투기 못지않게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2024년이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커뮤니케이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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