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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기후변화 대응, 새 계절을 준비하듯 유연하게

봄 기운을 머금은 나무들이 싱그러운 햇살을 가르며 눈부실 즈음 사람들은 화창한 날씨를 기대하며 얇은 옷을 꺼낸다. 하지만 갑자기 차가운 비가 내리기도 하고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도 하는 시기다. 기후변화 대응도 변덕스러운 새 계절을 준비하듯 해야 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큰 줄기가 정해져 있다. 무탄소 기조에 맞춰 원전·재생에너지 등 전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명제다. 다만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날씨에 따라 바뀌는 전력수급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안정적인 전력시장 관리를 위해 당분간 액화천연가스(LNG)가 최적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LNG발전소는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해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유일한 발전원으로,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 경직성을 보완할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연소 시 석탄·석유 등 다른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적고, 탄소·포집 및 저장(CCS) 방식을 적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더욱 줄일 수 있다. LNG가 에너지 수급 안정성에 이바지하고, 탈(脫)탄소 시대를 이끌 브릿지 에너지로 불리는 이유다.

미래 청정에너지의 주역인 ‘수소’ 역할도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수소 정책들이 구체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기후 중립 목표를 위한 수소 전략’에서 2030년까지 40GW 이상의 수전해 설비를 구축하고, 최대 천만 (t)톤의 그린수소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석유 정제와 항공 분야에 수소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수소에 대한 세액 공제가 본격화됐다. 지난달 22일에는 안덕근 산업통상부장관과 히라이 히로히데 일본 경제산업대신이 만나 청정수소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수소경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민관이 활발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 E&S가 세계 최대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한 데 이어 환경부는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지원에 나서는 등 수소 모빌리티 확산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올해 세계 최초로 개설될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과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청정수소인증데 시범사업은 국내 안정적인 수소시장 구축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에너지는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위해 막대한 돈과 시간이 투입된다. 따라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과학적이고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면밀히 설계해야 한다. 종착지는 정해져 있지만 울퉁불퉁한 길을 가야 하는 만큼,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러워야 한다.

탄소중립 정책과 정합성 있는 유연한 에너지믹스로 안정적인 전력시장 구축을 추진하면서, 수소 등 미래 청정에너지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민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에너지 시스템이 변덕스러운 봄 날씨와 같은 상황에 잘 대처하면서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때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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