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진수에 공감...7층 캐릭터 ‘현실의 나’
‘오겜’과 달리 블랙코미디식 접근·주최측 안밝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3층에 사는 진수(류준열 분)는 비겁하고 치졸한데다 좀 바보 같기도 하고, 그런 인간적인 면이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
“(많은 돈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등장인물 간 갈등은 결국 재미와 도파민이 최고인 시대에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할 지에 대한 내 고민의 지점과 맞닿아 있다.”
영화 ‘관상’, ‘비상선언’. ‘더 킹’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첫 시리즈물 연출에 도전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The 8 Show)’다. 이 작품은 배우 류준열·천우희·박정민·이열음·박해준·이주영·문정희·배성우가 열연한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진수 작가의 히트작인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이 원작이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톱(TOP) 10 시리즈 부문에서 1위에 등극했다.
한 감독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영화는 관객들이 돈을 내고 내 영화를 보러 온다는 ‘기쁨’이 있지만, 시리즈물은 내가 전혀 모르는 전세계 시청자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설렘’이 있더라”고 말했다. 다만 한 공간에 가둬놓고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시리즈물은 시청에 많은 저항 요소가 있는 만큼 그는 시청자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속도감과 리듬감을 주는 편집이나 음악,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 또 보고 싶게 만드는 장치 등에 신경을 썼다.
한 감독은 ‘가장 마음에 드는 층이 뭐냐’는 질문에 바로 ‘3층’이라고 답했다. 그는 “3층은 유일하게 (등장인물의)이름이 나오는 층으로, 다른 층은 등장 인물의 전사(前史)를 배제한 채 층으로 불린다”며 “3층에 사는 진수(류준열 분)는 비겁하고 치졸한 데다 좀 바보 같은 면도 있고, 그런 인간적인 면이 공감이 되더라”고 말했다.
한 감독이 3층 진수에 공감했다고 답했지만, 사실 7층의 인물에 한 감독이 투영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실제로 배우 박정민이 연기한 7층 입주자는 직업이 감독으로 설정된데다 스타일 등을 고려할 때 한 감독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한 감독 역시 “(7층 유 감독 캐릭터에 내가)투영된 게 맞다”고 맞장구치며 “이 캐릭터는 재미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주요한 맥락을 가진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의 한 축은 자본주의극이고, 또 하나의 축은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라며 “나 역시 작품을 만들면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재미까지 주어야 하는 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또 “작품에선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게임이 끝난다”며 “캐릭터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재미를 만들고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데, 이것이 나의 모습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미와 도파민이 최고인 시대에 나는 어떤 식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줘야 될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작품 내 갈등도 결국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더 에이트 쇼’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
작품 속에선 장기자랑, 왕게임, 스무고개 등이 나와 일각에선 공전의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우리 작품에선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주인공이 나온다”며 “‘지능캐’들이 남들을 이기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실수를 하고 위기에 빠지는, 블랙 코미디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보여주고 연민을 넣었다”며 “불공평한 자본주의적 현실을 투영해 이 쇼가 진짜로 느껴지기를 바라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머니게임’으로 시리즈물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전”이라며 “끝까지 주최 측을 밝히지 않은 점도 ‘오징어 게임’과 다르다”고 말했다. 쇼의 주최를 숨긴 이유에 대해선 “주최 측이 있으면 시청자는 관찰자가 되고, (주최가) 없으면 관객이 주최 측이 돼 쾌감은 물론 죄책감까지 오롯이 느끼게 된다”며 “이러한 점을 노려 일부러 주최를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 에이트 쇼’의 등장인물 중 최근 논란이 됐던 배우가 일부 있었다. 그럼에도 한 감독은 “배우들의 호연 덕에 작품이 살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8층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는 순수하고, 예쁘면서도 극단적인 걸 다할 수 있는, ‘한국의 엠마 스톤’ 같았다”며 “배성우는 찰리 채플린 같은 광대 같은 역할인데, 웃음을 주면서도 나쁜 행동을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감독은 이에 영감을 받아 시리즈 마지막 장면에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인 ‘모던 타임즈’의 음악을 삽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극중 가짜 세트들은 등장인물들이 욕망에 빠지게 만드는데, 사실 우리가 갖고 싶은 욕망도 진짜 같은 가짜일 수 있다”며 “작품에 영화와 같은 은유를 넣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많은 돈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등장인물 간 갈등은 결국 재미와 도파민이 최고인 시대에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할 지에 대한 내 고민의 지점과 맞닿아 있다.”
영화 ‘관상’, ‘비상선언’. ‘더 킹’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첫 시리즈물 연출에 도전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The 8 Show)’다. 이 작품은 배우 류준열·천우희·박정민·이열음·박해준·이주영·문정희·배성우가 열연한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진수 작가의 히트작인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이 원작이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톱(TOP) 10 시리즈 부문에서 1위에 등극했다.
한 감독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영화는 관객들이 돈을 내고 내 영화를 보러 온다는 ‘기쁨’이 있지만, 시리즈물은 내가 전혀 모르는 전세계 시청자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설렘’이 있더라”고 말했다. 다만 한 공간에 가둬놓고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시리즈물은 시청에 많은 저항 요소가 있는 만큼 그는 시청자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속도감과 리듬감을 주는 편집이나 음악,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 또 보고 싶게 만드는 장치 등에 신경을 썼다.
한 감독은 ‘가장 마음에 드는 층이 뭐냐’는 질문에 바로 ‘3층’이라고 답했다. 그는 “3층은 유일하게 (등장인물의)이름이 나오는 층으로, 다른 층은 등장 인물의 전사(前史)를 배제한 채 층으로 불린다”며 “3층에 사는 진수(류준열 분)는 비겁하고 치졸한 데다 좀 바보 같은 면도 있고, 그런 인간적인 면이 공감이 되더라”고 말했다.
한 감독이 3층 진수에 공감했다고 답했지만, 사실 7층의 인물에 한 감독이 투영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실제로 배우 박정민이 연기한 7층 입주자는 직업이 감독으로 설정된데다 스타일 등을 고려할 때 한 감독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한 감독 역시 “(7층 유 감독 캐릭터에 내가)투영된 게 맞다”고 맞장구치며 “이 캐릭터는 재미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주요한 맥락을 가진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의 한 축은 자본주의극이고, 또 하나의 축은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라며 “나 역시 작품을 만들면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재미까지 주어야 하는 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또 “작품에선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게임이 끝난다”며 “캐릭터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재미를 만들고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데, 이것이 나의 모습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미와 도파민이 최고인 시대에 나는 어떤 식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줘야 될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작품 내 갈등도 결국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에선 장기자랑, 왕게임, 스무고개 등이 나와 일각에선 공전의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우리 작품에선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주인공이 나온다”며 “‘지능캐’들이 남들을 이기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실수를 하고 위기에 빠지는, 블랙 코미디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보여주고 연민을 넣었다”며 “불공평한 자본주의적 현실을 투영해 이 쇼가 진짜로 느껴지기를 바라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머니게임’으로 시리즈물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전”이라며 “끝까지 주최 측을 밝히지 않은 점도 ‘오징어 게임’과 다르다”고 말했다. 쇼의 주최를 숨긴 이유에 대해선 “주최 측이 있으면 시청자는 관찰자가 되고, (주최가) 없으면 관객이 주최 측이 돼 쾌감은 물론 죄책감까지 오롯이 느끼게 된다”며 “이러한 점을 노려 일부러 주최를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 에이트 쇼’의 등장인물 중 최근 논란이 됐던 배우가 일부 있었다. 그럼에도 한 감독은 “배우들의 호연 덕에 작품이 살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8층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는 순수하고, 예쁘면서도 극단적인 걸 다할 수 있는, ‘한국의 엠마 스톤’ 같았다”며 “배성우는 찰리 채플린 같은 광대 같은 역할인데, 웃음을 주면서도 나쁜 행동을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감독은 이에 영감을 받아 시리즈 마지막 장면에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인 ‘모던 타임즈’의 음악을 삽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극중 가짜 세트들은 등장인물들이 욕망에 빠지게 만드는데, 사실 우리가 갖고 싶은 욕망도 진짜 같은 가짜일 수 있다”며 “작품에 영화와 같은 은유를 넣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