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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70세까지 일하게 하자는 日, 손 놓고 있는 한국

일본 재계가 “일할 사람이 없다”며 고령자 기준을 70세로 올리자고 일본 정부에 제안했다고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일손이 부족한 걸 막아보자는 것이다. 일본은 2013년 65세 정년 연장 또는 계속 고용 등을 보장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한 데 이어 2021년에는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를 두는 ‘신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계속고용제를 도입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법적 토대조차 없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일본 재계가 앞장서 노인 기준을 5세 올리자고 한 배경에는 급격한 생산인구 감소가 있다. 지난 4월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3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7395만 명으로 1년사이 25만6000명이 줄었다. 일하는 인구가 전체의 59.5%로 미국(64.7%), 중국(68.9%) 등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더 줄어 경제 성장이 멈추거나 뒷걸음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고령화 기준 상향으로 노동력 확보는 물론 연금, 간호보험서비스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재정적 부담을 덜자는 계산을 한 것이다.

일본 재계의 건의는 세계 유례 없는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경제활동인구비율도 2020년 72%이던 게 2040년 57%로 뚝 떨어진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에 이어 총인구의 12%를 차지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의 은퇴도 시작되고 있다. 노인 빈곤률이 일본의 두 배인 한국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일본처럼 계속고용제가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직무급제 도입을 주장하고 노동계는 정년 연장만 고집하고 있어서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번 만큼은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대로 무작정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청년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한 해 약 15조9000억 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도 있다.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고는 계속 고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대기업 노조들이 힘으로 정년 연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양극화만 초래할 뿐이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인 일자리 안전판을 마련하는 게 맞다. 그래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과 사회보장 서비스 비용을 덜고 연금고갈로 인한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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