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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생활물가 주요국 1.6배, 구조적 근본대책 찾아야

우리나라 의식주 비용이 주요국 평균보다 1.6배 많이 들어 생활비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낸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을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식료품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평균의 1.56배, 의류·신발은 1.61배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거비(서울 지역 월세 기준)는 주요국 평균의 1.23배였다. 서민의 삶이 팍팍해진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한은이 영국 경제분석기관 EIU 통계를 인용해 분석한 걸 보면 한국의 생활필수품 물가는 대부분 최상위권이다. 사과(OECD 평균 100 기준 279)와 돼지고기(212), 감자(208), 티셔츠(213), 남자정장(212), 골프장 이용료(242) 등이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다. 오렌지(181)와 소고기(176), 원피스(186)도 2배에 육박한다. 사과·티셔츠 1위, 오렌지·감자·골프장 이용료가 2위, 소고기·남자정장은 3위, 바나나·원피스·오이가 4위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료품의 경우 1990년엔 OECD 평균보다 20% 비쌌는데 2023년엔 50% 이상 비싸졌다. 단기간에 해결하기도 힘들어 생활물가는 더 오를 공산이 크다.

의식주 물가와 달리 공공요금(전기료·수도료·대중교통·우편요금)은 OECD 평균보다 27% 싸다. 특히 수도료(OECD 평균 100 기준 58), 전기료(52)는 절반 수준이다. 공공요금은 1990년엔 선진국 대비 10%가량 쌌는데 2023년엔 30% 이상 싸졌다. 터무니없이 높은 의식주 비용이나 반값인 공공요금 역시 기형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은은 영세 영농 규모로 인한 낮은 생산성, 높은 유통비용, 수입 제한 등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사실 농산물 유통비용은 과거보다 10% 넘게 올라 제품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유통 개선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말뿐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을 대체할 주요 과일의 수입 제한도 농가의 피해대책과 함께 푸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다.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수입과일의 품목과 물량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선택폭이 넓어진 사례도 있다. 억지로 묶어 놓은 공공요금을 에너지 가격에 연동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과소비를 줄여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료품 의류 가격을 주요국 평균치로 맞추면 가계 평균 소비 여력은 약 7% 늘어나고, 공공요금은 평균치로 올리면 소비 여력이 3%로 준다고 한다. 기형적인 것을 바로잡으면 소비 여력이 4% 늘어나는 셈이다. ‘장보기 겁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구조 개선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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