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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와 시총 1위 기업의 역사…기회는 또 있다 [홍길용의 화식열전]
글로벌 혁신 주도 美기업들 ‘왕좌’ 독점
MS·애플 독점적지위·주주환원 원동력
인덱스펀드·ETF·콜옵션로 수급 선순환
단기급등은 부담…독점체제 변화 없어
‘최고가치’ 기업의 변화 흐름 잘 살피면
경제적 자유 얻을 ‘인생 투자기회’ 가능

엔비디아가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올랐다. 인공지능(AI) 열풍 초기 수혜주로 꼽힌 마이크로소프트(MS)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로 경제적 자유를 얻은 투자자들로서는 환호할 만한 사건이다. 반대로 엔비디아에서 돈을 벌지 못했다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지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액면분할을 전후해 한 달 동안 주가가 무려 40% 넘게 급등했다. 시장의 관심은 엔비디아 주가가 얼마나 더 상승할 지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 미래를 만드는 주체는 지금의 시장과 투자자다. 시총 1위 기업의 역사와 흐름을 잘 살피면 증시에서 큰 수익을 낼 기회를 찾는데 도움이 될 만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 정도를 제외하면 그 동안 세계 시총 1위 기업은 미국 1위 기업이었다. 미국이 세상을 바꾼 혁신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에너지, 개인용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이다. 제너럴모터스(GM), IBM, 엑손모빌(Exxon Mobile), MS가 그 주인공들이다. 21세기는 애플이 새롭게 등장했고(2011년), 2018년 이후 MS가 왕좌 쟁탈전이 진행됐다.

특징도 있다. MS는 독점적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40여년 사이 두 차례나 왕좌에 올랐다.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자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높은 고객 충성으로 10년 넘게 왕좌를 지켰다. 적극적인 주주환원도 애플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다.

엔비디아는 완제품이 아닌 부품만을 만드는 기업으로 최초의 제왕이 됐다. 애플이 1위에 오른 2011년 당시 시총은 5590억 달러다. 이후 최고 3조50억 달러까지 5.5배나 커진다. 2018년 MS는 애플의 부진을 틈타 7805억 달러로 15년만에 1위를 탈환한다. 이후 애플과 MS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지만 MS는 마침내 애플의 최고 기록을 깨고 올해 3조3200억 달러까지 도달한다. 2018년 이후 4.25배나 커진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시브(passive)’ 자금이 급증했다. 기존 인덱스펀드에 더해 상장지수펀드(ETF)가 폭풍 성장하면서다. 시총 비중이 높아지면 더 많은 자금이 배분되는 게 패시브 투자의 특징이다. 시총 1위 기업 기업가치 추이는 S&P500 흐름과 거의 같다. 모바일 개인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고수익을 노린 개별주식 옵션의 영향력도 커졌다. 콜옵션 투자가 늘면 해당 옵션을 판 쪽에서는 위험회피(hedge)를 위해 현물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미국의 ETF들이 시총 1위에 오른 엔비디아의 비중을 더 늘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급이 아무리 우호적이어도 기본 바탕은 실적이다. 테슬라의 기세가 꺾이고 메타(구 페이스북)의 질주가 꺾인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효율 저하가 있었다. 아무리 엔비디아라도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AI 반도체 수요가 꺾이거나 경쟁 등으로 인해 경영효율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견인한 수급 여건이 반대의 상황에서는 가파른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는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너무 올랐다는 게 현재로서 유일한 걱정거리다. 엔비디아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것은 2020년이다. 이해 초 240달러이던 주가는 2021년 835달러까지 올라 이후 4대 1 액면 분할을 단행했다. 현재 135달러인 주가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감안할 때 2021년 주식수 기준 주당 5400달러에 해당한다. 불과 4년여만에 22배 넘게 오른 셈이다. 왕좌에 오른 후에도 더 질주할 수 있을까?

애플이 시총 1위 도약의 도움닫기를 한 때는 2009년으로 당시 주가는 80달러 수준이었다. 최근 고점은 220달러로 2차례 액면분할(7:1, 4:1)을 감안하면 2009년 기준 6160달러다. 2009년부터 1위에 오를 때까지 4배가 올랐고 이후 15.4배가 올랐다. 선례로만 보면 엔비디아의 질주는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벌써부터 지금보다 50%는 더 올라 주당 2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래도 투자에서 늘 경계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AI 생태계의 주요한 변화를 살피고, 엔비디아를 넘어서는 혁신을 이끌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 애플이나 MS, 엔비디아의 투자 기회를 놓쳤더라도 10년 안에 새로운 기회가 올 확률은 크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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