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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K실크로드로 부활한 한-우즈벡 협력

중앙아시아는 과거 동서양을 연결한 실크로드의 중간기착지로서 동서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오늘날 이 지역은 ‘제2의 중동’으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천연가스와 석유자원을 자랑하는 자원의 보고다.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성장 중인 자동차, 건설 및 에너지 인프라시장은 우리 기업에는 신성장동력이다.

1400여년 전 실크로드로 맺어진 중앙아시아와 인연은 마침내 K-실크로드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의 결과로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가 창설되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 한국형 실크로드도 본격화된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핵심 광물 보유국으로 천연가스 세계 10위, 우라늄과 몰리브덴 세계 13위 등과 같은 자원부국으로서 한국과 협력은 진행형이다. 1992년 수교 이래로 양국 관계는 발전을 거듭해 2019년 4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2022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양국의 교류는 에너지를 넘어 이제 자동차·물류·IT·금융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플랜트 부문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두드러졌다. 한·우즈벡 합작회사가 주도한 우즈베키스탄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에너지 프로젝트인 수르길 가스전 및 화학플랜트를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대거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했다. 자동차 부문의 성과도 크다. 1994년 우즈베키스탄에 합작 진출한 대우자동차는 GM·우즈라는 상호로 해마다 약 2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번 우즈벡 순방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2700억원 규모의 국산 고속철도차량 수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양국 간 협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우즈베키스탄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전 세계적인 성장위기 속에서도 연간 5%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 중이다.

제2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와 유럽에 치중돼 있던 외교 노선에서 탈피해 서방과 동아시아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경제 전반의 질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2030 전략’을 내세워 기존 자원 위주의 개발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구하면서 양국 관계에서도 첨단 디지털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양국 관계가 밀착된 것은 한류로 대표되는 소프트파워도 한몫했다. 한국 드라마에 이어 K-팝 열풍이 이어지며 이젠 우즈베키스탄 문화의 한축이 됐을 정도다. 인력 교류도 크게 늘면서 한국을 오가는 우즈베키스탄인만 한 해 10만명에 달한다.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 규모에서도 중국, 베트남 등에 이어 5위다. 고려인 강제이주 때 카자흐스탄과 함께 그들을 품어준 나라로서 한국과는 깊은 인연이다.

실크로드는 과거 중국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지중해 동쪽에 이르는 6000㎞가 넘는 대장정의 무역로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마련될 K-실크로드는 광물 공급망을 넘어 에너지·IT·자동차 등 각 분야의 경제 협력을 망라한 첨단 교역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친구의 나라,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 속에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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