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이어 혼성도 4위로 아쉽게 마무리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 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 결정전에서 이원호가 4위(197.9점)로 경기를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7.28 샤토루=이상섭 기자/SDH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오예진(19·IBK기업은행)-이원호(24·KB국민은행)가 2024 파리 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오예진-이원호는 30일(한국시간) 파리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10m 공기권총 혼성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누 바커-사랍조트 싱(인도)에 승점 10-16으로 져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28일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오예진은 개인 두 번째 메달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아쉽게 4위에 머물렀던 이원호는 이번 혼성전에서도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메달 결정전은 남녀 선수가 한 발씩 격발한 뒤 점수를 합산해 높은 팀이 2점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동점이면 1점씩을 나누고 점수가 낮은 팀은 0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16점에 먼저 도달하는 팀이 승리한다.
한국은 첫발에서 2점을 따내며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내리 8점을 허용하며 2-8로 끌려갔다. 6-12로 밀리던 한국은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10-14까지 추격했으나 역전하지 못하고 결국 10-16으로 패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 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원호(왼쪽), 오예진이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2024.7.30 샤토루=이상섭 기자/HC |
이원호는 세계 사격 역사를 통틀어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선수다.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으로 총을 쏜다.
부산 온천중학교 재학 시절 처음 사격을 시작한 이원호는 재능과 노력 덕분에 빠른 속도로 정상급 선수가 됐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자고 일어났더니’ 오른팔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에 다녀봐도 신경이나 근육, 심리적인 문제 등 뚜렷한 원인을 짚어내지 못했다.
흔들림 없는 표적 조준이 생명인 사격 선수가 팔을 떤다는 건, 선수로서의 생활을 마감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 선수라면 사격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았겠지만, 이원호는 왼손으로 총을 잡았다.
중학교 시절 은사를 대학교에서 재회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왼손 사격’을 연마했다. 왼팔 근력을 기르기 위해 3㎏ 아령을 어디에 가든 휴대했고, 밥도 왼손으로 먹었다.
주위에서 수많은 의구심을 보냈지만, 이원호는 굴하지 않고 왼손으로 쏘고 또 쐈다. 다행히 천부적인 감각이 있었던 터라, 왼손을 오른손만큼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게 되고 난 뒤에는 성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사격 역사에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오른손잡이 왼팔 사수’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그에게 ‘마지막 영광’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남자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친 이원호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루지 못하자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착잡합니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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