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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도체 명가 인텔의 위기, IT 기업들 반면교사 삼길

‘인텔 인사이드’라는 슬로건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호령해 온 인텔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대규모 감원에 돌입한 데 이어 ‘반도체 왕국’ 재건을 위해 3년 전 재진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문마저 분할·매각이 유력시되고 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입했던 사업을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택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주력사업인 PC CPU(중앙처리장치)의 아성은 경쟁사인 AMD에 의해 금이 가고 있고,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의 벽에 꽉 막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에 직면한 인텔이 자회사를 매각하고 직원들을 무더기로 잘라내는 등 50년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일 로이터통신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이달 중순 본격적인 비상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라는 대규모 적자를 밝힌 인텔이 인적 구조 조정에 이어 사업 구조 조정까지 단행하며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인텔은 앞서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최근 암울한 실적을 보고한 이후 이같은 구조 조정 논의가 더욱 시급해졌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와 함께 사업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개척자로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반도체기업 매출1위를 지켰던 ‘반도체 명가’의 추락은 국내 IT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텔은 과거의 명성에 안주해 반도체산업 판도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애플의 요청에도 스마트폰 칩 생산을 포기했고, 자체 칩을 개발한 애플은 PC에서도 인텔 칩 사용을 중단했다. 최근엔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가우디 시리즈’를 내놨지만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선점한 시장을 뚫기엔 역부족이다. 비대해진 인력 구조, 위험 회피적 관료주의적 조직문화 등도 위기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 기업들이 인텔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선제적 조치에 나선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반도체부문 수장을 교체하고 관료주의 타파와 도전적 기업문화 구축에 나섰고,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코닥, 노키아, 소니 등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기업들이 몰락한 것도 기술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혁신의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혁신에 실패한 기업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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