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 있는 서점 책꽂이에 ‘세이브 아메리카’ 화보집이 꽂혀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자신의 인지도를 활용한 돈벌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각종 제품에 사용하게 하는 라이선스 계약과 책 판매 등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그는 지난달부터 자신의 이미지를 담은 디지털 수집용 카드를 한 장당 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는 대체불가토큰(NFT) 형태의 카드를 15장 이상 사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TV토론 때 입은 양복 조각을 넣은 실물 카드 한 장을 받을 수 있고, 75장을 사면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리는 만찬에 초청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 새 책이 오늘 나온다"면서 자신의 재임 기간 주요 장면 등을 담은 화보집 ‘세이브 아메리카’를 직접 홍보했다.
각종 사진에 캡션 몇 줄을 단 이 책의 판매가는 99달러, 서명본은 499달러다.
WP는 카드와 책 판매 수익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이 아니라 개인 사업체로 유입된다면서 “그 어느 대선 후보도 이처럼 자신의 선거를 사익용 사업과 긴밀하게 연계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골프화, 향수, 아이스박스, 샌들 등 다양한 제품이 그의 이름을 달고 판매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운동화를 판촉했는데 라이선스 계약에 홍보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사 웹사이트는 그의 대선 캠페인이 파는 각종 기념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캠페인에서 사면 40달러이지만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55달러를 내야 한다.
캠페인이 43달러에 파는 유세용 깃발이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86달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간을 많이 투입할 필요가 없는 라이선스 계약과 출연료를 받고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트럼프 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책 서명에 몇 시간을 투입하면서도 금액을 고려하면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른 고문은 “트럼프의 일반적인 생각은 ‘내가 (정적들한테) 공격받고 이 모든 변호사 비용을 내고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면 이것에서 돈을 좀 벌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직 대통령도 책 판매나 연설, 기업 이사회 재직 등으로 자주 돈을 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대통령 선거운동을 개인 사업과 융합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정부윤리청(OGE)의 청장 대행을 지낸 돈 폭스는 WP에 “대통령직이나 대선 출마를 트럼프처럼 수익화에 이용한 전례는 역사에 없으며 특히 근대사에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권자가 아닌 자신만 챙긴다는 비판의 근거로 이런 계약을 지목하고 있다.
해리스 대선 캠프의 아마르 무사 대변인은 “성경이나 못생긴 운동화를 팔고 다니는 것뿐만 아니다"라며 "정치 후원금을 개인적인 법률 비용을 내는 데 사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자신의 수십억달러 규모 부동산 제국을 뒤로했고, 대통령 급여를 기부했으며, 재임 기간 총자산 가치가 실제 하락한 최초의 대통령이다”라고 해명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