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 부지.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이 사상 최초로 미국의 최대 투자국에 등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최다 대미투자국은 한국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215억달러(약 28조5300억원)로 2022년보다 11% 가량 줄었다.
그러나 2022년 최대 대미투자국이었던 대만의 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이 1위에 오르게 됐다.
한국에 이어 캐나다가 2위를 차지했고 독일, 영국, 일본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도 10위권 수준이었다.
한국이 미국의 최대투자국이 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에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배터리 등 각종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선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5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고 43억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정보업체 fDI마케츠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3분의 1 이상이 자동차나 전자 산업과 관련됐다.
또한 비슷한 시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에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520억달러(약 6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한국뿐 아니라 대만 등 각국의 반도체 업체들도 잇따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미·중 간 긴장 고조가 이어지는 글로벌 정세 변화도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늘어난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장기적인 판단에 따라 중국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미국의 비중을 늘리는 한국 기업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9년 한국의 대외투자 액수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 규모는 전체 대외투자의 11%에서 1% 미만으로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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