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SCMP-로이터·전문가 상반된 평가
중 학자 “1~2년내 10조위안 부어야 성장”
24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당국 합동기자회견에서 판궁성(왼쪽부터) 인민은행장과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 |
대규모 부양책을 전격 발표하자 중국 증시가 4% 넘게 급등하는 등 시장은 환호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주카포급(큰 화력을 지닌 경기부양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혼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 행장은 24일 “조만간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89조5000억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지준율을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 금리도 현재 1.7%에서 1.5%로 0.2%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대출우대금리(LPR)도 연쇄적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금리인하와 함께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2주택에 대한 초기납입금(계약금)도 낮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국유기업이 미분양 부동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재대출 프로그램도 강화할 방침이다. 인민은행은 국유기업의 미분양 부동산 매입에 대해 은행 대출 원금의 100%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에 발표한 60% 지원 대비 더 높아진 수치다.
증시안정책도 발표됐다. 증시 안정을 위한 8000억위안(152조원) 이상 규모의 통화정책과 함께 증권사·기금·보험사가 중앙은행의 유동성을 활용해서 주식을 살 수 있게 하는 5000억위안 규모 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긴급 경기 부양책은 최근 발표된 중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나왔다.
열흘 전 발표된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 등 지난달 경제 지표는 모두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3% 떨어져 9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5% 안팎이라는 성장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월가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이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는 ‘5% 안팎’이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2일 지방 시찰에서 “3분기 후반부와 4분기의 경제 사업을 잘 수행함으로써 올해 경제사업 발전 목표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하며 목표 달성 의지를 다졌다.
중국의 이번 경기 부양 조치에 대한 전문가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리서치 전문 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 중국 경제 책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가장 중요한 인민은행의 경기 부양책”이라고 평가했다.
내티식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개리 응도 “너무 늦은 조치일 수 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고, 린 쑹 ING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조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바주카포를 쐈다”고 평가했다. 2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15% 오른 2901.42, 홍콩 항셍지수는 전일보다 2.63% 오른 1만9500.01로 개장하며 대규모 부양책에 환호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바주카포급은 아니었다”고 했다. 선전 롱후이 펀드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저우 난도 블룸버그통신에서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시장 신뢰를 개선할 수 있지만 추세를 바꾸지는 못한다”며 “중단기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찍기 전에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애널리스트는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주요한 경기 부양책이지만 충분치 않을 것 같다”며 “올해 공식 성장률 목표 5%를 달성하려면 재정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을 역임한 경제학자 류스진 박사는 22일 중국거시경제포럼에서 “초장기 국채를 주축으로 한 자금으로 1~2년 안에 10조위안(약 1890조원)의 쏟아 부어야 성장 궤도로 복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1조위안 유동성의 10배 규모다.
류 박사는 “저렴한 주택, 교육, 의료, 사회 보장 및 노인 돌봄, 도시로 이주하는 농촌 이주 노동자를 위한 기본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자금을 써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농촌 이주 노동자를 위한 우대 주택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양적 완화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소비 증대를 위한 환경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류 박사는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올해 1월 14.6%에서 8월 18.8%로 급등했다. 소비가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다.
류 박사는 “중국이 여전히 ‘중속 성장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 단계에서 거시경제 정책은 경제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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