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숙원을 푼 쾌거다. 작가 개인의 문학적 성취를 넘어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문학이 중심 무대에서 세계와 소통하고자 했던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섬세하고 밀도 높은 글로 세계와 인간 내면을 성찰해온 작가의 지난한 글쓰기가 이룬 성과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K-팝과 K-드라마·영화에 이어 문화의 근간인 K-문학이 세계의 중심에서 그 깊이와 가치를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아시아 여성작가로는 최초 수상이라는 점도 가치가 작지 않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깜짝 발표로 여겨질 수 있으나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도 볼 수 있다.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노벨상의 거점인 유럽권에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지난해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상을 받으며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각국 언어로 번역 출간된 소설만 76종에 이른다. 소설 ‘소년이 온다’를 출판한 미국 출판사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특히 깊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미학적 글쓰기와 역사의 폭력과 비극이란 주제를 다루는 방식 등은 노벨문학상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한강은 사실 그 누구보다 수상에 가장 가까웠다고 말할 만하다.
한국문학은 그동안 언어적 한계가 굴레처럼 여겨져왔다. 그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져왔다. 번역가들과 번역기관들의 공도 작지 않다는 얘기다.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언어의 결을 살려내는 번역은 ‘제2의 창작’으로 불릴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번역사업과 해외 출판 등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온 게 열매를 맺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된 점은 분명하다. 지난 10여년간 K-문학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가 올라갔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역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에 주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문화적 영향력이 상당하다. 더 많은 우리 문학작품이 세계와 만날 수 있게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번역의 질을 높여 한국문학의 매력이 잘 전달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한 한국문학번역원 대학원 과정 개설 등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출판·유통 인프라 확충은 필수다. 한국어는 소수언어지만 최근 한류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서 배우려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세종학당의 증설과 한국어교사 양성 등도 한국문학·문화의 기반을 넓히고 튼튼히 하는 밑거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