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렸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낸 반면 민간소비·투자 내수침체는 계속되는 상황이 금리인하 배경이다. 그동안 통화정책 전환(피벗)의 발목을 잡아왔던 집값·가계빚 급등세가 다소 둔화된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대출 지표를 추세로 보기엔 일러 금리인하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금리인하가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목표한 내수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엄중하고 정교한 부동산·대출 관리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긴축 기조의 통화정책이 완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3년2개월 만이다. 금리인하 자체로는 2020년 5월(0.75→0.50%) 이후 4년5개월 만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결정했다. 글로벌 경기전망과 세계적인 추세로만 보면 한은 금리인하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정부와 여당도 그동안 거듭 한은에 인하를 압박하기도 했다. 경기전망의 불확실성과 성장의 부진, 소비·투자 침체는 금리인하를 재촉하는 요인이었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민간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여기에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를 기록하며 통화 긴축의 우선 목표(2%) 내로 진입했다.
그러나 부동산과 가계대출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늘어 7·8월의 월간 증가폭보다 작았으나 주택 구입 목적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추석 연휴를 제외한 하루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9월 셋째 주부터 3주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었으나 강남·서초·용산·마포 등은 여전히 강세다. 경기지역도 성남·과천 등 지역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금리인하로 가계와 기업은 이자부담으로부터 한숨을 돌리고 부진한 내수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돈을 더 싸게 빌릴 수 있는데 생활물가가 높고 주식시장은 부진하며 경기전망도 불투명하면 부동산에 자금이 쏠리게 된다. 그렇다고 대출을 무조건 조이면 서민과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정부가 금리인하 기대 효과에 막연히 의존하지 말고 정교한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