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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EU의 관계악화와 한국의 가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 HIC]

독일 함부르크 엘베강의 HHLA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지난해 3월 이 나라 선사 하팍로이드 컨테이너선의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

유럽연합(EU)-중국 관계는 수년간 악화돼 왔다.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를 지나, 2019년 EU가 중국과의 관계를 단순한 교류에서 경쟁, 심지어는 라이벌로 정의하는 ‘3단계 접근’을 도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EU가 중국을 경쟁 상대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자체가 중국에게는 이미 경고 신호였으며, 이 경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심화됐다. 중국은 유럽의 번영 뿐만 아니라 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으로 점차 인식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제3시장뿐만 아니라 점점 더 단일 시장 내에서도 유럽의 최대 경쟁자가 됐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은 강력한 경쟁력 뿐만 아니라 보조금으로 뒷받침된 대규모 산업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는 극도로 위축된 소비와 투자 기회 부족으로 인해 중국 시장이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에도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안보 측면에서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를 지원한 것이 문제로, 초기에는 더 은밀했지만, 이중 용도 기술의 대규모 수출을 통해 점점 명확해 졌으며, EU는 이를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나 결국 받아들이게 됐다.

EU-중국 관계 악화의 중요한 배경에는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가 점점 더 강해지고, 대부분의 국가, 특히 EU와 전략적 의존 관계를 형성한 후 이를 더욱 자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리투아니아는 대표적인 사례다. 리투아니아에 새롭게 설립된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두고 발생한 갈등 이후, 중국은 리투아니아로부터의 모든 수입을 중단했다. 더 최근에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 관세를 도입하자, 중국은 보조금 및 덤핑 조사를 통해 대응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반 서방 외교 정책을 더욱 강화했으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자유주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중국 중심의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이를 비대칭적 다극 세계라고 부른다. BRICS(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의 탈달러화 의제를 통한 확장은 좋은 예이다. 개발, 문명, 안보를 위한 세 가지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도입도 마찬가지로, 이는 남반구의 저개발국들이 자유주의 세계 질서의 원칙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EU 기관부터 회원국들까지 EU 내부의 다양한 주체들은 더 이상 과거의 EU-중국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변했고, 중국의 점점 더 강해지는 태도에 대한 EU의 입장도 변했다. 동시에 중국의 경제 정치적 위상이 커지는 반면, 글로벌 무대에서 유럽의 경제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어, 현재 EU가 갖고 있는 영향력이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영향력은 바로 단일 시장으로,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은 여전히 EU다.

지난 여름 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된 EU 기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여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영향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명확한 목표는 ‘디리스킹(de-risking)’이다. 이는 이전 집행위원회의 중요한 의제였고, 이번 새로운 집행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EU의 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핵심 목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호국 및 인근국으로의 생산 이전 및 자국 내로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또한, 여전히 중국을 수출 시장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는 수출 시장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의 저조한 수입과 구조적 둔화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U는 경제 안보, 더 나아가 안보 전반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이 파트너십은 반드시 미국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특히, 트럼프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더욱 그렇다. EU는 유사한 문제와 목표를 가진 다른 국가들의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호주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주요7개국(G7)은 지금까지 공급망의 회복력과 같은 공동 관심사 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에 중요한 이중 용도 기술의 이전을 줄이기 위한 수출 통제 조정 등을 논의하기에 좋은 장이었다. 이러한 조치를 한국 및 호주와 같은 유사한 생각을 가진 국가로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 여성이 지난달 30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10월 1일)을 앞두고 거리에서 중국 국기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EPA]

두 번째 협력 방향은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과의 파트너십이다. 이들 국가는 유럽 제품의 중요한 시장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및 녹색 전환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의 공급원이다. 동시에, 이들 국가의 요구는 커지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추구할 권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EU가 이러한 파트너십을 위해 제안할 어떤 내용도 충분한 자금과 기술 이전을 포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제안은 EU와 한국, 호주, 일본 간의 추가 협력을 요구하는 국가들의 파트너십에서 나올 때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EU는 중국과의 순진한 교류라는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제 EU는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보호하면서 중국과 공존하려 하고 있다. 공존은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협력을 가능하게 해야 하지만, 협력에 대가가 따르지는 않아야 한다. 동시에,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한 결정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디리스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며, 한국은 유럽연합과의 이러한 파트너십을 맺기에 완벽한 위치에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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