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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네슬레처럼...고도의 맞춤형 서비스가 핵심” [2025 컨슈머포럼]
이기원 서울대 교수 기조발제
푸드테크, 먹으려 돈 쓰는 모든 것
‘개인맞춤’ 핵심, 사용자 중요해져
틀 얽매이지 않고 도전해야 주도
이기원 서울대 교수 겸 월드푸드테크협위회 회장이 5일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에서 ‘개인맞춤: K-푸드테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푸드테크 산업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을 먼저 받아들인 도전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앞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상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월드푸드테크협의회 회장)는 5일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 기조발제에서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걸 소비하는 시대로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푸드테크(Food Tech)는 먹는 것과 연관된 문제를 ‘창발적’으로 해결하는 차세대 융합기술이다. ‘창발(Emergence)’이란 자기다움을 가지고 남이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해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첨단기술을 활용해 기존 식품 관련 산업을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약 600조원,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4경원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푸드테크란 개인이나 기관이 먹기 위해 돈을 쓰는 모든 것”이라며 “먹기 위해 대신 배달을 시킨 뒤 배달료를 내거나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 정수기나 밥솥을 사는 것 역시 푸드테크”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푸드테크 산업의 핵심 요소로 ‘개인 맞춤’을 꼽았다.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하는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 시대에서, 이제 온라인에서 음식을 추천받아 주문·배송하는 시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는 “개인 입장에서 봐도 모두가 똑같은 걸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걸 더 건강하고 가치 있게 소비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어 “결국 사용자가 누구냐가 가장 중요해졌다”면서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AI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개인맞춤 분야를 선도하는 푸드테크 기업으로는 아마존과 네슬레 등을 꼽았다. 그는 “아마존을 보면 알렉사라는 음성 AI(인공지능) 비서를 통해 전화도 할 수 있고 주문과 배송까지 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의 무인화가 이미 기술적으로 확장됐다”며 “네슬레도 오래된 식품기업이지만 최근 네스프레소나 블루보틀, 스타벅스 협업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푸드테크 산업도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을 먼저 받아들인 도전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결과적으로 쿠팡이나 컬리 등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걸 빠르게 데이터 맞춤형으로 공급하주는 플랫폼”이라면서 “외식에서는 배민처럼 주문하는 플랫폼에서부터 야놀자 F&B처럼 클라우드로 공급자 서비스를 해주는 기업이 많이 나왔다”고 부연했다.

실제 푸드테크는 개인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맞춤형 ‘음식 솔루션’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푸드테크 산업의 중심은 이제 소비자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맞춤형 식품이 앞으로 우리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이 교수는 “미래에는 AI가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식품을 추천해줄 것”이라며 “쿠팡이나 아마존, 삼성, 애플 등은 금요일 저녁이 되면 소비자가 어느 치킨집에서 무얼 먹을지 알고 추천할 수 있고, 어떤 종류의 행사에 강하게 반응하는지도 알 수 있다”며 “패턴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지만, 그런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푸드테크 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의 ‘산(産)-학(學)-관(官)’ 협력플랫폼을 통한 창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인력 양성을, 스타트업은 기술개발을, 대기업 또는 투자자는 자본 지원을 맡아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전 세계 푸드테크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민관 협력, 기술 발전 지원 등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1월 한국푸드테크협의회로 출범했고, 이달부터 명칭을 바꿨다.

그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는 인류의 미래의 웰니스(웰빙+건강)에 기여해 가치 창출을 이루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환경문제, 그리고 다양성 있는 수산과 지역을 연계한 가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이 한 걸 다르게 하거나 더 잘하는 것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의 먹는 것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과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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