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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춰 선 국가전력망
법정다툼 휘말린 전국 11개 전력망
수도권 확충, 최대 22개월 밀린다
동해안→수도권 증설, 8개월 지연
경기 북부도 1년10개월 늦춰질 듯

전국 11개 전력망 확충 사업이 준공 전후 법정다툼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논란이 된 경기 하남시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 등 수도권 전력망 확충과 연계된 일부 사업도 지역민 반발에 부딪혀 최대 22개월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력망 확충 사업의 지연은 ‘미래 먹거리’가 될 차세대 핵심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등 핵심 산업을 키우기 위해 2040년대 초까지 전국 각지에 총 650조3000억원 규모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12곳을 건설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신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인프라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5면

▶발목잡힌 ‘수도권 전력 관문’...준공 후에도 시달려=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전력망 건설 관련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전은 전력망 건설과 관련해 현재 민사소송 13건, 행정소송 2건, 지원보전 가처분소송 4건, 행정심판 1건을 진행하고 있다.

연관된 사업은 총 11개에 달한다. 이 중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변환설비 증설사업’을 포함한 4건은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울·경기 등 수도권으로 옮겨오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의 경우 하남시가 3월 한전의 사업 인·허가 신청을 최종 ‘불허’하면서 잡음이 생겼다. 소음·전자파에 대한 주민 우려와 한전의 미흡한 설명 등이 주요 이유였다. 한전은 불허 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당초 2026년 6월이었던 준공 목표는 8개월가량 지연될 전망이다.

경기 북부 지역 전력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한 ‘345㎸ 동두천~양주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준공 예상 시점이 올해 말에서 22개월이나 늦춰졌다. 2021~2022년 한전을 상대로 주민들이 6억8000만원, 2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각 냈고, 송전탑 공사금지 청구 소송까지 이어지며 발목이 잡혔다. 1·2심 재판부는 ‘증거 없음’ 등을 이유로 기각했지만 주민의 상고 결정으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송전선로 설치금지 등 가처분 소송 4건이 진행 중인 ‘154㎸ 운남~안좌개폐소 송전선로 건설사업’도 준공 예상 시점이 내년 6월로 밀렸다. 지반침하로 공사가 중단된 ‘345㎸ 신당진~북당진 전력구 공사’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사업 중 5개 사업은 준공 완료에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산본 송전선로 지중화(1구간) 사업은 공사대금 문제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154㎸ 화원~안좌T/L 용량증대 공사는 배당금이 문제가 됐다. 이 밖에 ▷신김해~신녹산 송전선 39호 철탑공사 ▷154㎸ 직산분기T/L 건설사업 ▷345㎸ 고덕~서안성 송전선로 건설사업 등이 준공 이후에도 소송전을 겪고 있다.

▶“지나친 사회적 갈등 유발...국가 차원 ‘패스스트랙’ 마련 시급”=전력망 건설 사업 지역에서 발생하는 법정다툼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역이기주의를 의미하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꼽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사업 단계별 속도를 단축하고, 갈등이 잦은 인·허가, 보상·지원 등 단계에서 국가 차원의 조율을 명시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이를 심사해야 할 국회는 여야 정쟁에 1년 넘도록 손을 놓고 있다. 6월 개원한 22대 국회는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법안 심사를 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해당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김성원 의원은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전력망 확충 사업 과정에서 지나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사업 전반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전력망 건설 패스트트랙’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양근혁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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