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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미 반영한 채권…감세 따른 수급 우려 전망 [투자360]
금리인하기…시장금리 급등 막을 체력 보유
단, 재정지출 수급 부담…28일 금통위 주목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도 채권 시장에서 2016년 대선 직후와 같은 금리 급등세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대규모 감세 정책이 재정지출 확대로 이어져 글로벌 채권 시장에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 판정승(6월), 피습 후 지지층 결집(7월) 등을 거치며 차츰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승리에 베팅)를 반영해왔다. 이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9월 중순 연 3.6%대 수준에서 최근 연 4.3%대까지 뛰었다.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연 2.9%대에서 연 3.1%대로 올랐다.

2016년 대선 전후와 지금은 채권 시장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2016년 대선과 달리 현재는 글로벌 금리 인하 시기"라며 "점진적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시장금리의 급등 재현을 막을 체력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약 한 달 이내에 기준금리는 다시 하향 변곡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2016년 대선 직후에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 달간 약 74bp(1bp=0.01%포인트), 한국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약 60bp 올랐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공약이 막대한 재정 지출을 수반한다는 점은 시장 내 수급 부담으로 이어져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는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정·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오는 2035년까지 정부 적자가 7조75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광범위한 감세 정책을 담고 있는 '감세와 일자리 법'(TCJA) 연장, 법인세율 추가 인하, 국방비 증가 및 국경 보안 강화 등 연방정부의 지출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예고한 탓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당초 기대보다 강하게 유지되고 있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후퇴하는 국면"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 우려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이 더해질 경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에도 실제 시장금리 하락세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미국의 채권 시장 체력 자체가 다소 저하돼 있어 이 같은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이자 비용과 사회보장비, 국방비 증가로 1조8000억달러를 기록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사상 최고치"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금통위 의사록,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한은의 긴축 완화 속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치며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의 필요성은 커졌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해 한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이 같은 강(强)달러 추세가 다소 길어질 수 있어 금통위 전후로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선 결과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환율 하락 전환 시점과 그 정도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며 "당분간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보일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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