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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 최대 60%’...中 디커플링, 韓 펀더멘털 흔든다
트럼프 새로운 ‘미국 산업주의’ 내걸어
수입품에 10~20% 일률적 관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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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보조금 철회땐 한국기업 타격
미국 대통령 선거에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구성되면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지난 임기 때보다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도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약 63조원) 감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67%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진은 인천신항의 모습 [헤럴드DB]

“기존 통념으론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 환경이 좋아지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달러만 강세로 움직이고 일본 등 다른 통화가 모두 약세로 돌아서면 비교 가격우위를 가지기 어렵다. 우리나라 상품 가격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본 상품 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공급망 체계에서 중국을 지우려는 현상이 심화하면,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허준영 서강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서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성장동력인 수출 길이 막힐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강해진다는 기존 통념도 트럼프 행정부의 질서 앞에선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중국 지우기’와 관세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질서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달 발표되는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1400원대를 돌파했다. 이날 새벽 2시 야간 거래 종가는 1399.3원 기록했다. 이날도 환율은 전날보다 1401.1원으로 상승 출발한 뒤, 14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엔 호재다.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서 우리나라 상품 가격이 떨어지고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통화 가치가 절하되면서 상대적 가격경쟁력 우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인 일본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150엔 초반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54엔 수준까지 뛰어 거래되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만 약세인 게 아니라 달러 대비 모든 통화가 약세인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통념이 작동하는 여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역 환경의 후퇴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세계 공급망 체계 내 중국을 지우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처인 중국 판로가 매우 좁아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중국과의 교역을 축소하는 디커플링 정책을 공공연하게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철폐하고 중국 수입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산 제품엔 6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교역이 끊길 위기인 셈이다.

중국이 미국에 물건을 팔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직접적 타격을 입는다.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중간재를 수입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한다.

한은이 발표한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대로 관세를 인상하면 우리나라 대중 수출은 6% 이상 감소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 견제도 강화할 수 있다. 지난 1~9월 대미 무역흑자는 399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적자를 유발하는 나라인 셈이다. 그 순위도 전세계에서 8번째로 높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출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 9월 외국인 국내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13억달러 감소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장벽 영향으로 대미수출이 줄어들고, 대중국 견제 기조가 유지되면 대중 수출도 줄어들 것이기에 전체적인 수출경제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3분기 0.1% 저성장 쇼크를 맞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하방압력이 생긴 셈이다. 이미 한은은 이번달 전망에서 하향조정을 시사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보편관세와 대중국 압박 등으로 추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전체적으로 수출 여건에 부정적 영향 줄 것”이라며 “이달 27일에 발표할 내년도 경상수지 전망치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환율이 1400원대에 달했지만 수출 경쟁력이 가격경쟁력에서 품질경쟁력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환율이 수출 증가에 예전만큼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태화·정호원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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