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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칩스법 축소로 반도체 투자 원점 재검토해야 할 수도”
국내기업 보조금·세제혜택 줄어들 듯
삼성·SK, 추가 투자 재검토 가능성
대중제재 심화로 공급망 셈법 복잡
디스플레이, 일부 반사이익 기대도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전경

제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하 칩스법)이 축소돼 국내 기업들에게 약속한 수조원의 보조금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매기는 등 대중 제재 심화로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강력한 미국 반도체 우선주의...“삼성·SK 미국 투자 재검토 유력”=트럼프 당선인은 꾸준히 미국 반도체 기업을 우선으로 하는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을 강조해왔다. 칩스법에 따른 해외 기업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미국에 수십조원의 투자를 하기로 한 국내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정부가 칩스법을 뒤집어 버릴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3조6000억원)를 투자해 지난 2021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2026년 가동 예정으로, AI와 HPC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계획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최대 64억달러(약 8조6842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화답하는 차원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약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깜짝 발표’를 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투자해 패키징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로부터 최대 4억5000만달러(한화 약 6200억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해당 추가 투자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반도체법과 관련한 거래는 너무 나쁘다. 보조금이 부자 기업에 돌아갔다” 며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비판해왔다. 약속한 보조금 또는 세제혜택을 축소하거나 재협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칩스법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자국 기업을 우선으로 하고 해외 기업에 대한 지원은 줄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짓고 있는 공장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시작하지 않은 그 이상의 추가 투자의 경우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면 전면 재검토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 수출 제재 강화에 따른 영향도 피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재하고 있는데, 일부 동맹국 기업에게는 ‘검증된 최종사용자’(VEU)를 지정해 예외를 뒀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VEU에 따라 일부 장비를 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으로 제재 강도가 심화되면, 중국 공장 업그레이드 및 확장이 어려워져 생산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최대 20%의 관세를 매기고 중국에 최대 60%의 관세를 책정하는 공약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불확실성을 높일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높은 관세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높이겠다는 방침인데, 전세계 반도체 수출입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규모가 트럼프의 생각만큼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를 높이면 미국에 대한 반도체 투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보지만, 이는 오판”이라며 “반도체는 완성품을 만드는 국가에 수출하기 때문에 여전히 중국이나 아시아의 반도체 수입이 더 크다”고 말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입액은 3493억 달러(약 481조원)에 달했다.

▶디스플레이서도 ‘중국 때리기’ 심화될까...예의주시=디스플레이 업계는 미·중 무역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며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을 겨냥한 제재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기업에 일부 반사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미국 하원의 ‘중국 공산당 전략 경쟁 특별위원회’는 지난 9월 미국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업체들을 제재 대상에 등록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제재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제재를 요청한 특위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공화당의 존 무레나르 의원이다. 무레나르 위원장은 이번에 자신의 지역구인 미시간 2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 만큼 향후 대중 제재 확대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미국 국방부에 보낸 서한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LCD 시장에서 막대한 보조금과 저가공세로 경쟁 기업들을 사실상 몰아낸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무레나르 특위 위원장은 “중국 기업은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으로 업계를 지배하고, 비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OLED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OLED 생산능력 점유율은 2014년 1%에서 현재 51%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LCD 시장 주도권을 내준 우리나라는 기술 난이도가 높은 OLED 분야에선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격의 속도를 올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중국 디스플레이 제재에 나설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로선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내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에게 대중 제재는 부정적 요인으로 분류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소부장 기업들은 중국 규제가 강해지면 수출이나 현지에서 영업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지·김현일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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