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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60 베이비부머 은퇴 현황 심층 취재…"이들의 은퇴는 국가적 과제"[PD수첩]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필자의 학교 친구들은 올해 '지공거사'(지하철 공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을 분류해보면 변호사, 의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자영업을 하지 않는 한 직장이 없다.

교수들도 올해 정년을 맞기 때문에 월급쟁이들도 거의 없다. 간혹 60~70대에 기업의 임원이 되어 연봉을 받는 경우는 있지만 매우 드문 케이스다.

이들은 직장이 없고 월급을 받지 않아도 생활비는 줄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사회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어서 경조사비, 각종 모임 회비 등으로 지출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월급 수입은 없는 대신 대다수가 국민연금을 받는데, 이 연금으로는 생활비로 충당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친구들은 60대를 '보릿고개'라고 부르고 있다.

이 문제는 60대 중후반뿐만 아니라, 이들의 직전세대인 50대~60대초반에도 연결된다. 젊은이들의 취업문제도 중요하지만, 고령화사회에서 지난 2017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도 생각해봐야할 사안이다.

MBC 'PD수첩'이 12일 밤 10시 20분 제2차 베이비부머가 처한 상황을 통계로 읽는 '은퇴 없는 나라 - 5060 베이비부머 리포트'편을 방송한다.

1964년부터 74년 사이에 태어나 지금은 50, 60대가 된 ‘제2차 베이비부머’. 고도 성장기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을 겪은 이들은 현재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축인 허리 세대 역할을 한다. 이들은 모두 95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한 이들이 올해부터 은퇴 시점에 접어들었다. 매년 100만 명씩 10년간 퇴직이 이어질 예정이다.

허리 세대 역할을 하던 이들이 대거 은퇴하는 상황을 두고, 우리나라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0.38%p 하락해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지난 7월 발표됐다. 이에 이들의 은퇴가 국가적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MBC 'PD수첩'은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은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부모·자녀 모두 부양해야 하는 ‘마처세대’, 노후 준비는 뒷전

72년생 류연수 씨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인 ‘마처세대’다. 류 씨에겐 현재 초등학생인 늦둥이 아들과 병시중을 들어야 할 아픈 아내와 장모가 있었다. 류 씨는 퇴직 후 요식업을 개업하기로 했다. 아이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사정은 류 씨 개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에서 지난 6월에 발표한 ‘돌봄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 중 15%는 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를 부양하는, ‘이중 부양’ 상황에 있으며, 부양 비용은 월평균 약 164만 원이라고 한다. 한편, 본인의 노후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89%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일, 가족 부양, 자기 돌봄까지 부담을 져야 하지만 정작 본인을 돌봐줄 사람은 없다.

-“연금만으론 턱없어” 정년퇴직 이후 취·창업 시장에 뛰어든 5060

63년생 박용철 씨는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매 주말 전북 익산에서 상경해 노량진에 위치한 학원을 찾았다. 산업안전 관리자로 지냈던 박 씨는 작년에 60세 정년을 맞았다. 정년퇴직 이후 생업 전선에서 물러났을 나이이지만, 현재는 촉탁직으로서 3개월마다 촉탁직 재계약해야 하는데,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을 거란 불안한 고용 상황에서 학원을 찾은 것이다.

박 씨는 일을 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만으로는 배우자와 생활하기엔 부족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학원을 찾은 고령 수강생은 박 씨뿐만 아니었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했다고 말하기 어려워 기술을 배우러 온 이들도 있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가 받은 연금액 월평균은 65만 원가량이라고 한다. 노후 ‘최소’ 생활비 124만 3천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954만 ‘은퇴 쓰나미’가 몰고 올 여파는?

64년생 원덕환 씨는 30년 넘게 수학 학원을 운영해 오다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폐업했다. 환갑을 앞두고 막막했던 원 씨는 일을 지속하고자 지자체 일자리재단을 찾았다. 그곳에서 시니어 인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두 달째 수습 교육을 받던 중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학원을 운영했던 이력이 정규직 채용에 큰 역할을 했다. 정년이 지났음에도 일을 지속하려는 이들은 원 씨뿐만 아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 중 장래 근로 희망자는 69.4%로 조사됐고, 이들의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3세로 나타났다. 은퇴를 앞둔 954만 제2차 베이비부머가 원 씨처럼 일을 지속하려 한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크게 개편되지 않을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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