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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점 받아도 의대 어렵다” ‘물수능’에 입시 혼란 예고
수능 완료, 대입 레이스 본격시작
쉬운 수능에 정시 눈치싸움 치열
“국·영·수 한과목 만점 안심못해”
수험생 사설 정시 컨설팅 문의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서울 양천구 목동종로학원 수능 문제분석 상황실 [연합]

“4개 이상 틀리면 의대는 못 간다는 분위기입니다.” 의과대학 입시를 주력으로 하는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수험생 반응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통상 정시 기준 의대 입학을 위해선 수능에서 10개 이내로 틀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의대 증원으로 기회가 넓어졌음에도 수능을 통해 의대에 가기는 되려 까다로워졌다는 분위기다.

▶‘역대급 졸업생 응시’에도 수능 평이=2025학년도 수능이 마무리돼 대입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최상위권 수험생 사이에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주요 과목이 모두 쉽게 출제돼 의대 입시를 노린 수험생들의 합격 여부를 가늠하기가 예년보다 어려워졌다.

올해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된 지난해 대비 평이했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의대 증원 여파로 최상위권 수험생이 대거 모인 만큼, 어렵게 출제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빗나간 것이다.

최중철 202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동국대 화학과 교수)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킬러문항’은 물론, ‘준킬러문항’까지도 걸러냈다고 강조했다. EBS 연계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도표나 그림 등도 변형 없이 그대로 수능 지문에 활용됐다.

수능 출제 기조를 분석한 EBS 현장교사단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대사대부고 교사는 수능 총평에서 “2025학년도 수능은 전체 영역에서 2024학년도 수능에 비해 쉽게 출제됐다”며 “소위 킬러문항이라고 이야기하는 문항을 배제해 공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국어와 수학 영역 역시 지난해 수능보다는 지난 9월 모의평가에 가까운 난이도로 출제됐다고 교사단은 분석했다. 9월 모의평가는 전 영역 만점자가 63명으로, 6월 대비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별력 없어, 한 과목 만점으론 안심못해”=문제는 최상위권 수험생 변별력이다. 수학 공통과목은 쉽지만 미적분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어렵고 탐구 영역도 까다롭게 출제됐다는 것이 입시업계 공통된 분석이다. 때문에 ‘물수능’으로 평가하기까지는 어렵지만, 의대 입시를 노리는 최상위권 수험생을 변별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요 과목에선 1등급 혹은 만점을 받아도 의대 입학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 1등급 비율을 6.2%로 추정하고 있는데, 약 3만명 규모”라며 “의대 모집 정원이 4500명인 상황에서 영어 변별력은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어 영역의 경우 대해선 “표준점수 최고점을 130점대로 예상하고 있어, 변별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상대적으로 미적분에 까다로운 문항이 집중됐던 수학 영역에서 판가름이 나게 돼, 국어 혹은 영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도 입시에서 별다른 우위를 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능 최저학력등급을 충족하는 학생이 많아져 수시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영어가 쉽게 출제돼, 수시 최저등급을 맞추는 학생들이 늘어 실질적인 경쟁률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험생 입장에선 불안함이 커져 안도감을 가지고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벌써부터 수험생 사이에서는 사교육 입시 컨설팅에 모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 수능을 치렀다는 한 학생은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상위권에서 동점자가 많아서 정시 원서 접수 때 눈치 싸움이 심할 것 같다”며 “원서 상담은 학교에서만 받을 생각이었는데 불안해서 사설 컨설팅도 알아봐야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편차 16점, 널뛰기 모평 난이도 혼란 키워=일각에서는 수능 가늠자 역할을 하는 모의평가 난이도가 오락가락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모의평가를 통해 출제 당국은 수험생 수준을 측정하는 동시에, 수험생은 수능 난이도를 예측한다. 지난 6월 모의평가는 이례적으로 어려웠다는, 9월은 이례적으로 쉬웠다는 평가를 각각 받았다.

수학 영역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6월 모의평가 표준점수 최고점은 152점이었는데, 9월엔 136점으로 떨어졌다. 두 번의 모의평가 사이 16점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6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 9월은 144점으로 격차가 7점이었다. 표준점수란 자신의 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최고점 역시 높아진다. 올해 수능에는 21년 만에 졸업생이 가장 많이 응시했던만큼, 출제 당국에서도 수험생 수준 가늠에 신경을 쓴 것으로 분석된다. 최중철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모의평가 결과를 굉장히 면밀하게 분석했다”며 “응시집단의 특성, 즉 N수생과 재학생의 과목별 선호 등 자료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수능의 9등급제를 지키려 굉장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 이후 오는 16일부터는 주요 대학 논술 시험이 시작되며, 오는 12월 초까지 면접이 이어진다. 수시 합격자는 오는 12월 13일까지 발표된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오는 12월 3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며, 합격자는 내년 2월 7일 발표된다. 박혜원·안효정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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