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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신생아의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정체불명의 질병이 퍼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을 탈출한 이영란 씨는 방사능의 영향으로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2015년 북한을 탈출하기 전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살았다”며 “내 아들이 유령병에 걸린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주에서는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를 낳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에선 유엔이 제공하는 의약품이 정부 고위 관리들에 의해 사재기 되고 있으며, 무료 의료 제공에 대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약국의 선반은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병’에 대한 보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다른 탈북자들은 2017년 풍계리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 피폭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2013년 북한의 핵실험 때 집이 흔들릴 정도로 폭발 지역과 가까운 곳에 살았던 이씨는 폭발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3차 핵실험이 있던 날, 벽시계가 떨어지고 전구가 흔들렸다. 지진인 줄 알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정오에 북한 방송은 3차 핵실험이 성공 소식을 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씨는 방송은 본 후 “그제서야 풍계리의 군 통제 지역이 핵실험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주민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며 축하했지만, 그들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첫 번째 희생자였다”고 폭로했다.
이 씨의 하나뿐인 아들도 ‘귀신병’에 걸렸다고 했다.
2014년 10월 27세의 아들이 미열 증세를 보이자 이 씨는 중국에서 밀수된 암시장 약품에 의존했다.
그래도 소용이 없자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아들의 폐에 1.5cm와 2.7cm 크기의 구멍이 있다”고 하면서 그는“왜 점점 더 많은 청년 성인들이 병원에 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15년 2월 탈북해 중국으로 넘어간 후 그해 8월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적응 교육을 받은 후 북한과 연락 가능한 중개인을 통해 아들에게 돈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 씨는“2018년 5월 저의 자랑이자 기쁨인 아들을 잃었다”며 “제 아들은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죽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한국에서 방사능 검사 결과, 노출 수준이 매우 높았고 백혈구가 매우 낮았다”면서 “여기저기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잘 걸을 수 없고, 두통 때문에 1년에 여섯 번이나 입원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길주 출신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밝히며 북한 핵실험장 주변의 실상을 폭로했다.
한편 통일부는 올 2월 북한 풍계리 일대에서 원인모를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출신 탈북민 80명을 검진한 결과를 공개했다.
검진 결과 북한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일부에서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는 지난해 5월 15일부터 11월 6일까지 이뤄졌다. 인체에 축적된 방사능을 측정하는 전신계수기와 소변시료분석, 안정형 염색체 이상 분석 등의 피폭 검사를 진행했다.